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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혁 "北 출신은 김정일부터 검색…충격 뒤엔 배신감" [뉴스캐비닛]

"北 또래들 노래방 가면 한국 노래 경쟁 붙어…한류 일반화"
"北 외교관들 인터넷 접해…김치찌개에 소주 한 잔 일상"
"해외 나온 北 출신들 김씨 일가부터 검색…충격 뒤 배신감"
"北 붕괴론 이번엔 다르다…북 엘리트들 탈출 러시 이어져"
"北 체제 모순…다른 北 엘리트 탈출 동기 크게 자극할 듯"

김금혁 전 국가보훈부장관 정책보좌관.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김금혁 전 국가보훈부장관 정책보좌관.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

- 방송: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 (평일 07:30~08:30)

- 진행: 이동재 매일신문 객원편집위원

- 대담: 김금혁 전 국가보훈부장관 정책보좌관

이동재 객원편집위원.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 객원편집위원.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

▷이동재 객원편집위원(이하 이동재): 외교관의 자녀들은 외국에서 주재를 하게 되니까 어렸을 때부터 북한이나 해외의 현실 차이 이런 거 많이 알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북한의 체제 문제에 대해서도 인식을 하게 될 것 같은데 많이 접하셨을 거 아니에요? 외교관 가족들도 좀 어떨까요?

▶김금혁 전 국가보훈부장관 정책보좌관(이하 김금혁): 외교관 가족들이라고 해서 딱히 충성심이 더 뛰어나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제 또래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누구보다 한류에 밝았고 또 이제 같은 노래방을 가면 서로 북한 노래 안 부르거든요. 누가 더 한국 노래를 많이 알고 있냐의 경쟁이 붙을 정도로 사실상 한류가 일반화되어 있다고 봐 주시면 되고요. 리일규 참사님께서도 증언하셨듯이 대부분의 외교관들은 100% 인터넷을 접하게 되고 그리고 그 인터넷을 접하게 되면 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한국 드라마나 이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게 해주는 그런 굉장히 중요한 단비 같은 존재거든요. 그래서 외교관들은 정말 100이면 100 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노래를 듣고 한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에 소주 한 잔 하면서 회포를 푸는 그게 사실은 일상입니다.

이동재 객원편집위원.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 객원편집위원.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

▷김새봄 칼럼니스트(이하 김새봄): 그러면 보좌관님은 처음 이제 중국에서 인터넷을 접하게 됐을 때 가장 먼저 뭘 검색해 보셨어요?

▶김금혁: 저는 위키백과를 열었고요.

▷김새봄: 위키백과를 이미 알고 계셨네요.

▶김금혁: 그 친구가 알려줬습니다. 각종 정보를 보려면 어디서 봐야 되느냐라고 했어요. 두 가지를 알려줬어요. 네이버라는 것과 위키백과가 있는데 위키백과를 쳐봐라. 네이버에는 좀 찌라시가 많다라고 해서 위키백과를 쳐봤는데 저는 제일 먼저 검색했던 글자가 세 글자였습니다. 김정일.

▷김새봄: 그게 제일 궁금하셨어요?

▶김금혁: 북한에서 제가 장담컨데 해외로 나오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한 것이 김 씨 일가에 대한 정보일 겁니다. 왜냐하면 이게 굉장히 지나치게 우상화가 강화되다 보니까 사람이 어느 정도 믿을 만해야 그러니까 이 우상화의 우상화를 겹겹이 쌓아두다 보면은 정말 말씀하신 것처럼 3살의 어린 나이에 총을 쐈다든가 5살 어린이가 운전을 했다든가 이게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게 과연 진짜일까 의문이 있고 또 너무나 베일에 쌓여져 있다 보니까 저 막말로 김정일이라는 사람은 똥을 쌀까 이런 것까지도 궁금한 겁니다.

▷김새봄: 그 정도입니까?

▶김금혁: 저 사람은 정말 신인가

▷김새봄: 처음 검색해보고 어떤 기분이 드셨어요?

▶김금혁: 처음에 저는 검색해보고 한 5분 만에 노트북을 덮었습니다. 두렵더라고요. 너무나 이게 너무나 이게 믿기 어려운 사실들 예를 들어서 김정일의 여성 편력 같은 경우에는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전혀 접근할 수 없는 정보거든요. 대다수의 북한 엘리트들도 김정은에게 그렇게 많은 부인이 있었다라든가 혹은 정말 그런 바람둥이였고 그렇게 자식들이 많았고 김정남의 존재라든가 이런 것에 대해서 절대로 알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사실 그런 정보를 접했을 때는 이거는 내가 알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는 그런 두려움이 앞서서 노트북을 덮었다가 다시 5분 만에 다시 켰습니다.

▷김새봄: 궁금증을 참지 못하죠.

▷이동재: 그날 밤에 그냥 완전 정주행 다하셨을 거 아니에요 김정은. 김여정.

▶김금혁: 한 일주일 정도 학교를 안 갔습니다. 그것만 보느라고 너무 재밌고 충격받았고. 그리고 이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보들이 계속 나오더라고요. 연관 검색에 북한 치면 줄줄이 나오는 것들 그런 걸 보면서 이게 정말 속고 살았구나 그리고 그 인터넷을 접하기 이전에 저와 인터넷을 접한 이후에 저는 사실 그 몇 시간 차이로 완전히 달라진 사람이 돼버렸다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받은 충격이 컸었고 충격 뒤에 따라오는 건 사실 배신감이었죠.

▷김새봄: 검색 하나로.

▶김금혁: 그렇죠

▷이동재: 북한 외교관들이 해외에서 몰래 인터넷에 접속을 해서 검색하는 이름이 보좌관님 말씀하신 것처럼 김 씨 3대와 그다음에 김여정, 김주애, 리설주. 그다음에 태영호도 많이 검색을 한대요. 이게 어떻게 사는지 보자고 그걸 보고 또 많이 이제 넘어오는 것 같다 이런 분석도 있습니다. 이 내용이 고영환 첫 탈북 외교관이시죠. 고영환 원장님의 인터뷰 중에 발언인데요. 보좌관님 말씀하고 정확하게 똑같네요.

▶김금혁: 그렇죠. 저도 사실 그때 검색했던 이름이 조명철 전 의원이었습니다. 그분이 김일성대학교 제 선배시고 근데 그분이 이제 탈북민 출신으로서는 처음 비례대표로 입성하신 국회의원 배지를 다신 분이시잖아요. 제가 유학하던 시절에 그분의 그때 당시는 그분도 아마 통일교육원 원장으로 재직하셨던 걸로 제가 기억하는데 너무 부럽더라고요. 너무 흥미롭더라고요. 대한민국 사회에서 탈북민들이 이렇게 자기 능력을 인정받고 공적인 자리에 올라갈 수 있구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동재: 그걸 보고 이제 보좌관님도 탈북을 결심하시게 된 단초?

▶김금혁: 단초이기도 했고. 또 탈북을 하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에 가서 뭐 하고 살아야지라고 했을 때 제 꿈은 사실 그때도 정치인이 되는 거였거든요. 그때 이후로 한 번도 변하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제가 그때 받았던 어떤 그 신선한 충격이 여전히 남아 있지 않나라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동재: 알겠습니다. 오늘 저희 굉장히 좀 충격적이었어요. 가장 먼저 쳐본 이름이 김정일이었다. 근데 대부분의 북한에서 외국으로 나온 엘리트들이 그들의 이름을 찾아본다. 저는 이게 엄청난 충격입니다.

▷김새봄: 저도 저라면 중국에 가서 가장 유명한 곳 이런 놀 생각부터 했을 것 같아. 시스템 자체가 다른 거에 굉장히 충격받았으니까.

김금혁 전 국가보훈부장관 정책보좌관.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김금혁 전 국가보훈부장관 정책보좌관.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

▷이동재: 예전에 트루먼 쇼였나요? 영화 보면 있었잖아요. 어디 갇혀 지내는 쇼 프로그램에 갇혀 지내던 사람이 그거에 문을 열고 이제 밖으로 나오는 그런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근데 이게 제가 또 여쭤보고 싶은 내용이 고위급 외교관 외무성의 부국장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마 외교부의 부국장급 그 정도 과장을 넘어서 부국장급 정도 될 것 같은데 북한 돈으로 3천 원을 한 달에 받았다고 해요. 이게 1달러가 당시에 8천 원이니까 월급이 0.3불 정도 됐다는 건데 이 정도로 생활이 돼요?

▶김금혁: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그 부분입니다. 정당한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전혀 지급할 생각이 없다라는 것이 북한 체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모순 중의 하나거든요. 북한이 주장하는 건 이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스템이고 또 사회주의 체제다 보니까 생활에 필요한 물품은 국가로부터 공급받으면 된다라는 것이 그들의 기본적인 모멘텀이거든요.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라는 것은 한 30년 동안 이미 증명이 한 2천 번도 되고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그것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3천 원의 월급을 받고 쌀 1kg도 사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결국은 할 수 있는 것은 국가가 허락하지 않은 밀수, 장사에 뛰어드는 것 말고는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거든요. 그런데 북한 당국은 사람들을 그런 지경으로 내몰면서 결국 사람들이 그 장사를 통해서 어떤 금전적인 이익을 거둬가고 본인의 어떤 실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을 구입하는 것을 통제하니까 북한 사람들의 불만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제가 저번 방송에서도 아마 언뜻 말씀을 드렸던 것 같은데 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김정일은 본인이 어쨌든 그 수백만 명의 사람을 굶어 죽였다라는 것에 대한 어떤 그런 책임이 있고 그러다 보니까 장마당이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의 어느 정도의 삶이 안정화되었을 때 장마당 시스템을 인정하고 그렇게 강하게 그것을 통제하거나 혹은 주민들의 어떤 생존권을 위협하거나 그런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거든요.

▷이동재: 숨구멍은 뚫어줬다.

▶김금혁: 그렇죠. 나름의 선을 유지하면서 통제를 유지하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은 뭐 이런 말씀이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마는 리더십 측면에 있어서 김정은보다는 나름의 유도리가 좀 있었다라고 볼 수 있는데 김정은은 그런 유도리가 전혀 없다 그러니까 본인이 원리 원칙을 강조하면서 사회주의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얘기를 하지만 지나치게 현실을 모르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지금 참사님 말씀대로 그 3천원 가지고 북한이 생존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북한의 모든 사람들은 밀수에 관여를 하고 있다는 뜻이고요. 특히나 자유롭게 밀수를 할 수 없는 공공기관에 있는 사람들 혹은 공적 자리에 있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뇌물, 이 뇌물을 받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동재: 사회 시스템 자체가 무너져 버렸네요.

▶김금혁: 그렇죠. 기본적인 생존 시스템이 무너지다 보니까 저는 사실 북한이 나중에 한국과 통일됐을 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북한의 사람들 머릿속에 박혀 있는 뇌물과 혹은 비리와 이런 문제를 너무나 당연히 생각하고. 그것이 없으면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다라고 믿을 정도의 어떤 그런 사회가 되어버렸다라는 것이 상당히 큰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새봄: 그런데 북한은 사실 기근은 몇 번 왔었잖아요. 근데 보좌관님이 생각하시기에도 이 붕괴의 조짐이 현재 가장 강하게 느껴지시나요?

▶김금혁: 저는 사실 북한 붕괴론은 우리가 1994년 김일성이 죽었을 때부터 나왔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분들께서는 또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냉소적이세요. 붕괴론 30년 동안 나온 거다 새로운 거 없다라고 하시는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번은 좀 새롭다라고 느껴집니다. 이번만큼은 조금 다르다라고 느껴지는 것이 우리가 어떤 한 체제가 붕괴되기 위해서는 그 체제를 붕괴로 이끄는 인적 요인이 하나만 존재해서는 안 되거든요. 다양한 인적 요인에 의해서 그것이 어떤 타이밍에 의해서 하나로 맞아떨어질 때 북한 붕괴 혹은 어떤 체제 붕괴가 시작되는데. 이번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듯이 북한의 최고위급 혹은 북한에서 가장 교육을 잘 받은 엘리트들의 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고. 그들의 탈출의 어떤 그 근본적인 배경이 되는 원인은 다 똑같습니다. 자녀들을 더 이상 저런 지옥 같은 곳에서 공부시키고 싶지 않다. 그리고 북한에서 내가 지금까지 받았던 교육이 모두 잘못되었고 북한 체제가 정말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라는 것을 우리가 느꼈기 때문에 탈출을 한다. 이 두 가지 이유로 대부분 귀결이 되거든요. 그렇다면 이것이 지금 전해주고 있는 것은 북한의 엘리트가 드디어 북한 체제의 모순을 깨닫고 북한 체제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라는 것이고 이 탈출 러시가 결국 다른 북한 엘리트들 지금 북한 외교관들이 이분들 말고도 훨씬 많이 있을 텐데 이분들의 어떤 탈출에 대한 동기를 굉장히 크게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요.

김금혁 전 국가보훈부장관 정책보좌관.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김금혁 전 국가보훈부장관 정책보좌관.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

▷이동재: 쿠바 정도면 근데 북한으로 봤을 때 굉장히 우방국이잖아요. 그런 쿠바 대사관에 있던 사람도 이탈북을 할 정도면 뭐랄까요? 정말 보좌관님 말씀하신 대로 이 시스템 자체가 많이 무너지고 있다.

▶김금혁: 두 번째는 사실 우리가 방송에서 많이 얘기했지만 장마당 세대가 또 굉장히 북한 체제 내부에서 북한 체제 반기를 드는 모습으로 본인들의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세 번째로 북한의 권력이 상당히 불안정하게 흘러가고 있다.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세우고 있는 과정이라든가 혹은 김정은의 건강이라든가 혹은 다시 장마당을 폐쇄하면서 생겨나고 있는 북한의 중산층의 강한 반발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점, 그 반발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사실 경제 관료들을 처형하거나 이런 식의 어떤 보여주기를 하고 있는데 그것이 전혀 먹혀들어가고 있지 않다는 점들이 결국은 이 모든 조건들이 모여서 지금 북한이 붕괴의 그 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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