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준식의 꿈과 품] 엔트로피(Entropy)와 신트로피(Syntropy)

김준식 제이에스소아청소년과 원장, 계명의대 명예교수
김준식 제이에스소아청소년과 원장, 계명의대 명예교수

대구 월드컵 경기장 뒤쪽으로 안산, 유건산, 대덕산, 성암봉 등이 연결되어 있고, 비교적 숲이 깊고 햇볕에 노출되지 않은 채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며 등반을 할 수 있어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멀리서 보면 머리에 쓰던 관의 모습을 한 탕건처럼 보여서 유건산이라 이름 붙여진 산은 "걸어가며 생각을 비우고​ 쉬어가며 생각을 담는다"는 뜻으로 수성구에서 '생각을 담는 길'과 연계되어, 유건산 조망대까지 조명시설이 밤에도 산길을 비추어 주어 자주 산행을 한다.

유건산 정상을 지나 만보정까지 가는데는 세번의 깔딱고개를 지나야 하는데, 그 높은 산에서 만나는 두꺼비를 보고는 깜짝 깜짝 놀라게 된다. 산 아래의 불광 저수지에는 두꺼비의 산란지가 있어 이를 보호하고 있는데, 산란을 마친 두꺼비가 그 높은 곳까지 올라온 것을 보면서,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자연계와 물질계의 모든 변화는 질서에서 무질서의 상태로 붕괴하고 퇴화하고 부패하게 되는데 열역학 제 2법칙으로 엔트로피의 법칙이라 부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금속이 녹슬고, 연기가 공중에서 퍼져 나가며, 풍화작용으로 바위가 모래로 변해가고, 나무가 죽어서 썩게 되는 것이다.

우리 신체내에서도 엔트로피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영양소 흡수와 노폐물 배출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환경호르몬이나 독성 물질, 방사선 등 외부 환경요인 뿐만 아니라 세균이나 몸의 손상된 조직에 의해 염증 매개체가 방출되어 세포와 조직에 스트레스를 주어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당뇨병이나 비만과 같은 대사질환에 의해서도 신체의 엔트로피를 증가시켜 염증 과정에서 여러가지 염증 매개체가 방출되며, 이는 세포와 조직에 스트레스를 주어 엔트로피를 증가시켜 노화를 촉진한다.

그러나 생명체에는 엔트로피의 법칙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장하면서 그 질서체계가 더욱 정연해지고 선명해지는 신트로피의 법칙이 있다. 비타민 C를 발견하여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헝가리 태생의 알레르트 센트죄르지 박사는 물질세계에는 무질서 상태로 향하는 엔트로피의 법칙만 적용되지만, 생명체에는 질서 상태로 향하는 신트로피 법칙이 작용하여 질서도가 점점 높아진다고 했다.

생명체는 지속적으로 신트로피 과정을 거치면서 조직화된 상태를 유지하는데, 세포는 DNA 복제와 수선, 단백질 합성, 세포 분열 등을 통해 자신의 구조와 기능을 유지하게 된다. 적절한 영양,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 등이 신트로피를 촉진하여 엔트로피의 증가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균형이 깨질 때 질병이 발생하며, 질병 치료 역시 신트로피를 촉진하고 엔트로피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기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신트로피와 엔트로피의 균형이 중요하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고통을 최소화하고 쾌락의 양을 쉽게, 그리고 최대한으로 늘리는 일이 최대의 관심이다.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어 행복해지고 편안해지는 지가 화두이고, 사서하는 고생은 어리석은 것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외식하는 것으로 부족해서 전화 한통으로 음식이 배달되고, 맛이 좋은 단순 당과 정제곡물로 된 음식을 즐기고, 자동차를 이용하여 걸을 일이 없고, 계단을 오르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가사의 많은 일들은 가전제품이 맡아서 하고 자신의 본업을 제외한 모든 일은 외주화한다. 그렇게 해서 아껴진 시간은 돈을 더 벌기 위해 몸을 더 혹사하거나 쾌락을 주는 활동을 더 늘린다.

이렇게 해서 행복해지면 다행인데, 오히려 신체 활동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기력은 약해지고, 더 많은 양의 신체적 쾌락을 경험했음을 보여주는 복부 비만의 정도는 빠르게 악화되는데도, 사람들은 더 구부정한 자세로 스마트폰을 보고, 자극적인 음식을 탐닉하며 몸과 마음의 탄력을 잃어간다.

신트로피를 위해서는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고 영양소가 풍부한 균형잡힌 식사가 필요하다. 심혈관 건강을 개선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유산소 운동과 근육의 재생과 성장을 돕고, 뼈 건강을 유지하는 근력운동, 그리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

충분한 수면은 신체의 회복과 재생을 돕는데 소중한 시간이고, 명상이나 호흡운동과 취미생활과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어 신트로피를 증가시킨다. 금연과 절주를 통해 엔트로피를 감소시키고, 독서나 새로운 언어 학습 등 두뇌를 자극하는 활동과 사회활동을 통해 정신적인 자극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유지함으로써 신트로피를 촉진하고 엔트로피의 증가를 억제함으로써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제이에스소아청소년과 원장, 계명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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