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이 유럽 안방에서 세계 2위 원전 대국 '프랑스'를 꺾었다. 원전 수출 사상 최대 건설비(24조원대)가 걸린 체코 신규 원전 2기 수주 경쟁에서 한국이 결국 승리한 것이다.
파알라 체코 총리는 17일 이번 수주전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을 주축으로 하는 '팀 코리아'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유에 대해 "모든 기준에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건설 단가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K-원전의 경쟁력을 인정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실 역시 같은 날 설명자료를 통해 "양국의 긴밀한 교역 투자 관계와 기업 간 협력 등이 함께 작용했지만, K-원전의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K-원전의 경쟁력은?
이번 수주전을 이끈 한수원은 K-원전의 최대 경쟁력으로 '온타임 위딘 버짓'(on time & within budget, 정해진 예산으로 예정대로 준공) 역량을 꼽았다.
대규모 원전 건설을 제 시간과 예산 내 가장 경제적이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는 'K-원전'의 보증수표가 다시 한 번 글로벌 시장에서 통했다는 것이다.
체코 정부도 보도자료에서 이번 입찰과 관련해 약 20만페이지의 문서를 검토했고, 한수원의 '온타임 위딘 버짓' 전략이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체코 정부는 "우리는 건설 시작과 완료를 위한 고정된 날짜와 명확하게 정의된 일정을 갖고 있다"며 "계약자가 이를 약속하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하며, 이런 점에서 우선협상대상자의 제안이 더 만족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한수원은 1972년 고리 1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단 하루도 원전 건설을 멈춘 적이 없다.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정확한 공기, 경제성을 두루 인정받았고 공기 지연이나 비용 증가 없이 신규 원전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공급사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1~4호기, 국내 새울 2호기, 신한울 1·2호기, 새울 3·4호기 등 최대 9기의 원전을 동시에 건설한 경험도 있다.
◆만만찮았던 수주 경쟁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원전 강호들과 맞붙어 최종 수주 성과를 거머쥐기까지의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한수원이 지난 2022년 입찰계획서를 제출할 당시만 해도 수주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EDF), 한수원 간의 3파전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 1월 웨스팅하우스가 입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하면서 EDF와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한수원은 가격 경쟁력과 시공능력, 기술력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수원은 UAE 바라카 원전에 공급한 APR1400의 파생 모델로 출력을 1000㎿급으로 조정한 APR1000을 내세워 이번 체코 원전 건설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해에는 유럽전력사업자인증(EUR)도 취득했다.
APR1000의 가장 큰 경쟁력은 건설 단가다. 건설단가가 9조 원 안팎인 APR1000은 15조~16조 원으로 예상되는 EDF의 EPR1200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앞섰다.
한수원이 공사 기한을 철저히 지키는 것으로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도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공기 지연은 곧 추가 비용 발생으로 이어지기에, 이 같은 대형사업 수주전에서 '온 타임 온 버짓'은 우선협상대상자의 중요한 자질이자 당락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반면 EDF는 건설 단가 및 공기 지연의 문제를 앞서 드러낸 적이 있다. EDF는 영국 힝클리 1호기에 참여했지만, 준공계획이 당초 제안했던 2027년에서 최소 2029년으로 미뤄졌다.
15년 전 EDF와의 경쟁에서 이미 한 차례 이긴 경험도 이번 수주전에 기대감을 더한 요인이었다.
한수원은 지난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전에서 EDF와 맞붙어 시공권을 따냈다. UAE 바라카 원전은 대한민국이 최초로 개발한 원전 노형을 수출한 첫 사례였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에 진입했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의 공세는 만만치 않았다.
당시 수주전에서 밀렸던 프랑스는 이번엔 '안방 시장'을 내줄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유럽연합(EU)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지난 3월 프랑스는 체코를 포함한 EU 내 원전 확대 진영 12개국과 공동성명을 내고 동맹을 강조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3차례나 체코를 찾아 수주전을 지원했다.
결국 승자는 한국이었다.
한수원은 이번 입찰에서 체코 측이 한수원의 ▷'온타임 위딘버짓' 건설 역량 ▷니즈(Needs) 충족 노력 ▷민‧관 협력 등 폭넓은 수주 활동 ▷뛰어난 기술력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은 지난 50여 년 동안 국내외에서 36기의 원전을 건설하며 축적한 기술로 '주어진 예산으로 적기에'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적기에 원전 건설을 원하는 체코가 한수원을 최적 파트너로 평가한 가장 큰 이유였을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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