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청문회와 오물 풍선은 공통점이 많다. 큰 타격은 없는데 기분이 엄청나게 나쁘다. 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몰라 막연한 공포감을 자아낸다.
요즘 야당이 주도하는 탄핵청문회가 요란하다. 하지만 역시 특별한 '한 방'은 없다. 하긴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이 정도면 보통은 '실패한 청문회'로 생각해 2차 시도는 신중할 수밖에 없을 텐데 이번엔 다르다. 진실을 밝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청문회 본연의 목적은 사라지고, 불명확한 사안에 대해 무차별적 책임 추궁과 망신 주기로 일관한다.
요행히 그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탄핵의 빌미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있겠지만 기왕에 여론 지지도가 낮은 현 정부에 망신을 주어 더욱 옹색한 처지로 몰아넣겠다는 전략이란 평가다. 또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가리고 국민적 지탄을 모면하기 위한 방탄의 목적과 연관 짓는 사람도 많다.
유사 사례인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원과 비교해 봐도 상식적이지 않다.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원은 143만여 명으로 종료됐다. 147만 명에 육박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탄핵 청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과 문재인 전 대통령 탄핵 청원 간 차이는 어디서 기인할까?
국회를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냐 야당이냐의 차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라지만 이런 불공정은 국민을 부끄럽게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내내 야당이 압도하는 국회라는 장벽과 트랩으로 고전할 것 같다. 행정 권력과 국회 권력은 계속 충돌할 것이고 국민은 정치 실종 상황에서 '각자도생'을 강요당할 것이다. 여하튼 사상 초유의 탄핵청문회는 알맹이 없는 과대 포장 오물 풍선이 되고 말았다.
북한은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거듭 부양시켰다. 우리 군은 이에 대응하며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했다. 다른 나라에서 보면 좀 우습고 유치한 행태로 보일 법하다. 한쪽에서는 오물을 집어 던지고 맞은편은 소리 높여 성토만 한다. 유치원생 '막싸움' 같다. 그런데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이런 싸움이 난투극이 되고 부모들이 합류하면 엄청나게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각자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큰 사달이 날 수도 있다. 지금 진행되는 탄핵청문회도 비슷하다. 지금은 유치해 보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진짜 탄핵 정국으로 번질지도 모른다.
돌이켜 보면 이런 상황은 방송통신 영역에서부터 시작됐다. 2년 전 정권교체 이후 거취를 고민하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야당의 강권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공영방송 KBS, MBC도 같은 스탠스로 견고하게 스크럼을 짰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이후에야 방통위원장이 비위로 교체됐지만 이후도 순탄치 않았다. 야당의 거듭된 탄핵 시도로 후임 방통위원장 두 명이 모두 스스로 사퇴를 했고, 이번에 추천된 이진숙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도 난장이 될 조짐이다. 탄핵 카드가 '조자룡의 헌 칼'이 된 지 오래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의외로 다양하다. 많은 국민들이 지금도 탄핵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만 일부는 정반대다. '탄핵을 해도 나라는 끄떡없었고 우리는 태평성세를 누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탄핵의 상처는 실로 컸다. 정치 불안은 말할 것 없고 경제적 손실도 엄청났다. 시장이 작은 우리나라는 거대 기업이 세계를 시장 삼아 사업을 펴야 한다.
여기서 꼭 필요한 것이 과감한 투자로 경쟁사를 압도하는 '결단의 오너십'이다. 지난 탄핵 정국에서 삼성 이재용 회장이 옥고를 치렀다. 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 결단은 생각할 수 없었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던 삼성은 대만의 TSMC에 1위 지위를 내주었다. 뒤늦게 많은 시간과 재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다시 1등을 탈환하리란 기약이 없다. '탈원전'과 함께 '탄핵'은 정치 리스크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가 문제 해결자가 아니고 문제 유발자가 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이제라도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3년 가까이 남은 기간에 제대로 된 비전을 가지고 소신껏 일하도록 도와야 한다. 일엽편주와 같은 대한민국을 위해 야당은 '탄핵병'에서 벗어나야 하고, 대통령과 여당은 사안마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뚝심 있게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책임은 그 결과를 보고 따져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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