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우려, 징집 회피, 정권 연루 등 다양한 사유로 타국으로 떠납니다."
러시아인들의 고국 탈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최소 65만명이 고국을 떠나 해외로 탈출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 웹사이트 '더 벨'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해외 도피처로 가장 인기 있는 나라는 아르메니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카자흐스탄, 이스라엘 등으로 러시아인의 절반 이상이 이 지역으로 향했다. 미국(4만8천명), 독일(3만6천명), 세르비아(3만명)로도 이주한 러시아인도 많았다.
영국은 약 1만5천500명의 러시아인을 받아들였고, 1만1천명은 아르헨티나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2만8천명은 튀르키예로 갔다. 더 타임스는 이 같은 현상이 옛 소련 붕괴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인재 유출이라고 짚었다. 국외 망명을 택한 러시아인의 80%가 대학 교육을 받았고, 85% 이상이 45세 미만의 젊은 층이었다.
더 타임스는 다만 해외로 도망쳤던 러시아인 중 45만명은 재정이나 거주지, 차별 등의 문제로 다시 고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초 러시아인들의 해외 도피에 대해 "자연스럽고 필요한 사회 정화 현상"이라고 했다가 이들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자 "좋은 추세"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러시아는 전쟁 이후 해외 도피와 관련한 공식 통계는 내놓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자료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다시 고국으로 돌아갈 경우 보복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로도 연결된다.
그루지야에 정착한 한 러시아인은 더타임스에 "고국에 잠시 돌아갈 때마다 엄청나게 긴장된다"며 "국경에 도착하기 전에 휴대전화에서 체포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우고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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