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화 살충제 음독 사건'···경찰, 목격자 진술 검증과 성분 포함 살충제 검증 초점

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계 관계자가 17일 봉화군 내성4리 경로당을 찾아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계 관계자가 17일 봉화군 내성4리 경로당을 찾아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초복인 지난 15일 발생한 경북 봉화 '살충제 음독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피해자들에게 검출된 성분의 살충제 제품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사건 당일 점심 식사 이후 경로당에서 '커피를 나눠 마셨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18일 경북경찰청 전담수사팀에 따르면 경찰은 현재 봉화 지역 농약판매점을 상대로 피해자들의 위세척액 등에서 검출된 에토펜프록스와 터부포스 성분이 포함된 살충제 구입 내역 등을 확보하고 있다. 또 봉화가 아닌 타 지역에서 살충제를 구입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인근 지자체의 농약판매점을 상대로 탐문을 이어가고 있다.

피해자들에게서 두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에토펜프록스와 터부포스 등을 주 성분으로 홉합해 사용하는 농약이 범행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취재 결과 시중에는 해당 두 가지 성분 모두를 포함한 농약이 2개 정도가 대표적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두 제품 모두 작은 알갱이로 된 입제 농약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도 에토펜프록스과 터부포스가 홉합돼 판매되는 농약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한다. 터부포스에 비하면 에토펜프록스는 독성이 현저히 낮아 굳이 섞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농약 판매상 A씨는 "에토펜프록스는 모기, 파리 등 해충을 퇴치용으로 가정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살충제에 들어가는 성분이라 사람과 포유류에 대한 독성은 낮다. 터부포스가 들어간 농약은 '급성 독성'이 강해 구매자를 기록하는 농약류"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특정단일 제품이 아니라, 복수의 살충제를 섞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살충제 구입 내역 등을 확보한 뒤, 이를 토대로 범인 특정 등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에포펜픅로스와 터부포스를 주성분으로 혼합해 제조된 살충제.
에포펜픅로스와 터부포스를 주성분으로 혼합해 제조된 살충제.

목격자 진술의 경우에는 보다 더 검증이 필요한 상태다. 피해자들이 식사 후 마신 커피가 냉장고에서 보관 중이었는지, 혹은 직접 커피를 타서 마셨는지, 피해자 외 다른 인물도 함께 있었는 지 등이 주요 수사 사안이다.

이들이 커피를 마실 당시 상황에 대해선 목격자 진술이 엇갈려,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

냉장고에 보관 중인 커피를 마셨을 경우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테러'일 가능성도 높다. 2015년 상주에서 발생한 '농약 사이다 사건'은 냉장고에 보관된 음료수에 농약이 주입된 것이 수사 결과 확인된 바 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사건 당일 오전 6시40분쯤 함께 그라운드 골프를 쳤다는 증언도 확보해뒀다. 점심식사 이전에는 이들이 각자 집에 머물다 식당으로 이동한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한편, 지난 15일과 16일 심정지와 침흘림, 근육 경직 증세 등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된 6~70대 여성 4명은 현재 안동병원 응급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와 고용량 산소요법 등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아직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이 가운데 1명은 다행히 생체 반응 등은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커피를 마셨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으나, 검증이 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피해자 1명이 생체 반응을 보이고는 있으나 아직 대면 조사를 할 수준은 아니다. 살충제 구입 내역, 주변 진술 등 여러 증거 등을 확보해 수사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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