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환경 회복탄력성과 환경보전기금

이동운 서구의원(서구의회 악취저감대책특별위원장)

이동운 대구 서구의원(서구의회 악취저감대책특별위원장)
이동운 대구 서구의원(서구의회 악취저감대책특별위원장)

21세기 성공의 비결은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는 '회복탄력성'에 있다. 회복탄력성이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원래 상태로 회복하는 힘이다. 이젠 환경에도 회복탄력성이 필요하다. 자연의 자정작용과 회복력이 한계에 달한 지금,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급진적 산업화로 인한 공해 문제가 인류 전체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공적 차원의 환경 회복탄력성 강화 제도가 절실한 때에 다다랐다.

최근 공적 환경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제도 중에서도 '환경보전기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환경보전기금은 「환경정책기본법」에 근거해 지자체가 「환경보전기금조례」를 제정하고, 모인 기금을 환경 회복탄력성 증진을 위한 사업에 활용하는 제도다.

환경보전기금의 활용 방안은 다양하다. 이를테면 환경단체 보조금, 취약계층 실내 환경 개선, 환경 연구 지원 등 환경보전 및 개선을 위한 전방향적 운영 등에 쓸 수 있다. 특히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지자체의 환경 개선에 기여하기도 한다. 국내 대표적 악취관리지역인 대전 대덕구와 경기 시흥시는 「환경보전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를 마련한 이후 악취관리지역 환경 개선, 대기‧악취 개선, 수질 개선 등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환경보전기금은 환경오염 행위 신고 보상금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전남 여수시, 나주시, 광양시, 담양군 등은 조례에 관련 내용을 명시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환경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환경 문제는 오염이 발생하는 곳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환경보전기금을 활용한 신고보상금 제도가 마련된다면 주민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환경 문제를 개선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

해외의 환경보전기금 역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폴란드는 국가 차원의 환경기금재단을 조성하고 공공‧민간 무상 환경보조금, 가스 저감, 생물다양성 보전 등 환경보호 전반의 역할을 재단이 담당하도록 했다. 일본 도쿄(동경)도는 지난 1990년 「동경도환경보전기금조례」를 제정해 환경교육 및 인재 육성, 환경단체 지원 등 시민사회와 밀착한 환경보호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환경보전기금은 기업 상생과 지역 환경 개선의 균형점을 짚어 환경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제도이기도 하다. 환경보전기금이 기업 환경 개선 부담을 줄여주는 환경 개선 시설 융자 지원 제도에도 활용될 수 있어서다. 대구시는 지난 5월 8일 대구 악취의 근원으로 지목된 염색산업단지 일대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이에 따라 지역 섬유 염색 사업장 127곳과 염색산단이 자체 운영하는 열병합발전소, 폐수처리장 등은 오는 11월까지 악취 방지 계획에 따라 관련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강제 조항에 융자 지원이 더해진다면 큰 진통 없이도 기업들의 자발적인 시설 설치를 유도할 수 있을 테다.

지자체의 환경보전기금 조성에 대한 관심은 아직 미진하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개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녹색성장 등을 준비하는 관점으로 내다보건대, 환경보전기금은 머지않아 지자체의 미래 경쟁력 중 하나로 평가될 것이다. 환경오염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지만 회복에는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에서 환경보전기금과 같이 장기적 환경보호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는 동력원은 매우 중요하다. 환경보전기금은 환경 선진화로 가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정부, 지자체, 사회, 시민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만들어 가야 할 사회적 재산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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