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보고 판단해 달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 DC을 방문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을 만나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자로 '팀 코리아'를 선정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 같은 말을 건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우리나라가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사업이 납기 준수나 건설비용 등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경쟁력을 보인 것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당시 세 명에 불과했던 UAE 원전 전문가가 15년이 지난 지금 2천명이 넘을 만큼 대한민국이 기술이전에도 적극적이라는 강점으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체코의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자 선정 날짜를 불과 일주일 앞둔 시기에 '대한민국 제1호 영업사원'을 자임한 윤 대통령이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막후 설득의 장'으로 활용하며 최전선에서 세일즈 외교를 펼친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사업수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물밑 작업도 치밀하게 전개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밀리에 체코에 특사로 파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안 장관 편에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에게 친서도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친서를 통해 체코에 원전 협력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적인 산업 협력을 확대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은 18일 공식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체코 대통령과 협의하는 와중에 저는 친서를 갖고 프라하에 가서 (피알라 총리와) 산업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며 "체코와 우리나라 산업 전체 차원에서 생태계를 같이 구축하는 안을 갖고 협의했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친서 전달에 그치지 않고 현지의 다양한 기관 인사를 만나 우리의 경쟁력과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체코 정부는 전날 신규 원전 우선협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했다고 대외에 공식 발표하기 전 우리 측에 '핫라인'으로 먼저 결과를 통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미 관계가 굉장히 좋으니까 체코에서 역외 국가를 선정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덜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덤핑 논란에 대해서는 "비용이 낮다는 것을 전문용어로 경쟁력이 높다고 한다"고 일축했다.
한편 피알라 체코 총리는 우선협상자를 발표하며 "한수원의 제안이 모든 면에서 최고였다"고 언급했고,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통상장관 장관도 "낙찰자(한수원)는 프로젝트 비용과 전체 일정 관리 면에서 더욱 안정적인 보장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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