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체코 원전 수주, 한국 원전 유럽 진출 발판 확보한 쾌거

한국수력원자력 및 한국전력 그룹사, 두산에너빌리티와 대우건설 등 민간 기업이 함께 참여한 '팀코리아'가 24조원대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原電) 2기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발주사(發注社)인 체코전력공사의 자회사인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와 단독 협상 지위를 얻은 것으로, 세부 협상을 거쳐 2025년 3월까지 최종 계약을 맺게 된다. 우선 2기 건설이 확정돼 한수원과 협상을 벌이고, 향후 2기를 추가할 경우엔 한수원에 우선협상권을 주는 옵션까지 받아냈다고 한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원전 수출길이 열리게 됐다. 유럽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경쟁 상대는 세계적 원전 업체인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였다. 특히 EDF는 유럽 원전 시장을 장악(掌握)해 온 강자였다. 치열한 수주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온 타임 위딘 버짓'(on time within budget) 구호였다. 즉 주어진 예산으로 정해진 공기(工期) 내에 원전을 짓겠다는 자신감을 가감없이 드러낸 것이다. 지난 50년간 국내외 원전 36기를 건설하며 쌓아 올린 기술력이 담보였다. 결국 가격 경쟁력, 공기 준수, 기술력, 인허가성, 안보성, 수용성 등에서 한수원은 압도적 우위를 점했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체코 원전 수주(受注)는 유럽 진출의 신호탄이다. 무탄소(無炭素) 전력원이 필요한 유럽에선 원전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스웨덴은 원자력 개발 제한 법을 없애고 2045년까지 10기 원전을 지으려 하며, 원전 1기를 보유하고 있는 네덜란드도 원전 2기 추가 건설을 추진 중이다. 루마니아, 튀르키예, 폴란드, 영국 등지로의 수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체코 정부는 입찰과 관련해 약 20만 페이지의 문서를 검토했다면서 "원전 착공과 준공에 대한 계약자의 약속이 중요하며, 우선협상대상자(팀코리아)의 제안이 더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탈원전 위기를 딛고 우뚝 선 한국 원전의 기술력을 여지없이 보여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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