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우선주의' 보호무역 기조 심화…韓 수출액 최대 241억$ 감소 전망

한국 산업계 피해 우려
中 규제 강화·상호무역법 제정…반도체·2차전지 불확실성 커져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 언급…그린뉴딜 정책 폐지 가능성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 참석해 주먹 쥔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암살 미수 사건 이후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 참석해 주먹 쥔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암살 미수 사건 이후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라는 선거구호를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 보호무역 기조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와 2차전지, 전기차 등 주요 업종의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 자유무역협정(FTA)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혜를 받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대(對)미국 무역 수지를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집권 시 관련 혜택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우려도 있다. 미국과 경제안보 분야에서도 탄탄한 동맹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한국무역협회 제공

◆ '트럼프 대세론' 급부상

'트럼프 대세론'이 급부상하면서 대선 공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급효과가 큰 경제정책 방향을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캠프는 재선 후 실천 공약을 담은 '어젠다 47(Agenda 47)'을 내놨다. 미국의 경제 회복과 산업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보편적 관세 도입 ▷상호무역법 제정 ▷그린뉴딜 정책 폐지 ▷대중국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보편적 관세 도입은 국내 상산자를 보호하고 외국 생산자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를 통해 제조업 생산량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창출, 가계 소득을 증가하겠다는 것이다.

FTA 체결 국가에 대한 관세 적용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반복해서 언급한 바 있다. 불공정 무역행위에 가담할 경우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는 단서도 달았다. 또 미국 상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에 상응하는 관세율을 상대국 상품에 부과하는 상호무역법 제정을 검토 중이다.

이 외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 추진한 친환경 정책도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 시행으로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IRA 백지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중국에 대한 견제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첨단기술 등 핵심 인프라를 중국이 주도할 수 없도록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중국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수입(우회 수입 포함)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제공
대외경제정책연구원제공

◆ 한국 산업계 영향 촉각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한국 산업계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은 공급망 재편 가능성이 높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1위 기업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업계에 관한 질문에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 엔비디아를 포함한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휘청였다.

트럼프의 발언은 반도체 업계 전반에 변화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중심의 성장을 이어왔다.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 등 동아시아 국가가 제조를 맡아 높은 성과를 이뤘다. 향후 미국이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미국 현지 반도체 공장 신설을 위한 투자 확대를 요구할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불투명해지면서 전기차·배터리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원 정책 철회 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IRA 폐지 가능성이 낮고 보조금 축소 규모도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화당 지지율이 높은 미시간, 테네시주 등에 관련 산업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선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24 미국 대선: 트럼프 관세정책의 배경과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최소 53억~최대 241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트럼프는 한·미 FTA 개정을 지난 행정부 당시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관세조치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과의 교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품목에 대해 협상전략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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