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도널드 트럼트 전 대통령 피격 사건에 이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국내 배터리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실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수혜를 입은 2차전지 업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이 배터리와 전기차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바이든 떠나고 트럼프 '리스크' 남아
미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도전 공약집 '어젠다 47'에서 친환경 정책을 비판하며 전기차 전환, 배터리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축소를 주장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감소)으로 2차전지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액공제를 받지 못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받은 IRA 세액공제 규모는 약 1조3천억원에 달한다.
IRA 세액공제 의존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1천953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여기서 IRA 세액공제 금액 4천478억원을 제외하면 2천5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대(對)미국 무역수지 확대도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 공약이 현실화되면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상대국에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대미 무역수지는 287억달러(약 39조8천억원) 흑자를 내며 2022년 기준 연간 흑자 규모를 뛰어넘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역대 최대 흑자를 냈던 지난해(444억달러)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미국 입장에서 무역 적자가 큰 국가 8위에 해당한다.
2차전지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대구경북 산업계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전기차 수요 둔화로, 지역 내 배터리 소재 기업의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 '트럼프 리스크'가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트럼프 재집권 시 세제혜택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친환경차, 2차전지를 겨냥한 것으로 대미 수출 호황을 주도했던 주요 품목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지역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위험도 크다"고 했다.
곽동철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2기에 선제적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배터리 소재 기업의 경우 중국산 원료 비중을 낮추지 않으면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면 "다만 우리는 지난 트럼프 행정부를 경험한 바 있다. 협상을 통해 성과를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는 특성을 이해하고, 명분을 실어주고 이익을 취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中 배터리 기업의 부상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K배터리에는 악재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서 판매된 전기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하이브리드차)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130.0GWh(기가와트시)로, 작년 동기와 비교해 13.1% 증가했다.
업체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모두 상위권에 안착했다. 다만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포인트(p) 하락해 46.8%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 CATL은 작년 동기와 비교해 11.4% 성장한 34.9GWh(점유율 26.9%)로 선두에 섰다. CATL에 이어 중국의 BYD(비야디) 또한 해외 시장에서 고성장을 이어가며 점차 순위권을 위협하고 있다. BYD는 작년 동기 대비 155.3%로 대폭 성장하며 5.0GWh(점유율 3.8%)를 기록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최근 보급형 전기차 생산이 늘면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SNE리서치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과잉공급을 해소하기 위해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수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으나 각국 정부에서 중국 전기차, 배터리의 진입 속도를 제한하는 정책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의 시장 선점과 해외시장 공략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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