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렌드 경제] 합리적인 비용에 건강 두마리 토끼 잡는 달리기 취미로 인기

러닝족 1천만명 시대…러닝화 시장 1조원대
스포츠 브랜드, 소비자 입맛 맞춘 신제품 무기로 패권 다툼
수요 급증에 리셀 시장도 활발

롯데백화점 대구점 나이키 라이즈 매장 러닝화 코너.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롯데백화점 대구점 나이키 라이즈 매장 러닝화 코너.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달리기 열풍으로 러닝화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골프, 테니스에 비해 비용이 적게 되는 '러닝' 분야가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외 스포츠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달리기 좋아하세요?"

대구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37) 씨는 최근 직장 후배의 권유로 러닝 동호회(크루)에 가입했다. 높지 않은 급여에 이렇다 할 취미를 찾지 못하고 있던 그는 운동화와 간편한 복장만 있으면 언제든 참여 가능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골프나 테니스는 비용 부담 때문에 쉽게 시작하지 못했다"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대구 두류공원, 신천 등 도심을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달리기를 즐기는 국내 인구는 1천만명에 육박한다. 대구 지역에도 카페 회원수 4천300명을 보유한 대구러닝크루(DRC)와 3천300명의 회원이 있는 프리러닝크루(FRC), 초보 러닝 크루(CRC) 등 수많은 러닝크루가 활동 중이다.

대구신세계도 러닝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경북대 운동장과 신천에서 러닝을 즐기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각종 오프라인 러닝 행사와 마라톤 대회가 늘어나면서 러닝족이 1천만명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나이키 라이즈 매장 러닝화 코너.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롯데백화점 대구점 나이키 라이즈 매장 러닝화 코너.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훈풍 부는 러닝화 시장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등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4조원으로, 이 가운데 러닝화 규모가 1조원을 넘겼다. 이 같은 러닝화 열풍에 대구 지역 백화점 스포츠 매장의 러닝화 제품이 성장세를 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러닝 관련 제품의 매출은 50% 이상 증가했다. 스포츠 상품군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10% 정도 상승한 것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시기별 매출 신장률을 분석해 보면 동절기(1~2월) 대비 5% 신장했고 본격적인 러닝 시즌이 시작하는 3~6월에는 약 75% 이상 큰 폭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도 러닝 열기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롯데백화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러닝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의 남녀 구성비율을 살펴보면 남성 고객은 60%, 여성 고객은 40%로 남성 고객들의 관심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측은 남성 고객의 구성비에 비해 여성 고객의 구성비가 매년 10% 이상씩 늘고 있어 앞으로도 러닝에 대한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지난 5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최상위 등급인 '나이키 라이즈' 매장(7층)을 재편해 개장했다. 풋볼, 프리미엄 우먼스 라인, 키즈 라인 등 다채로운 상품 라인을 보강하고 러닝화와 의류 등 제품 폭을 넓혔다. 러닝화 대표 상품으로는 '인티니티 런', '보메로', '페가수스' 라인들이 러닝족에게 주목을 받고 있으며 신상품이 출시되면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조용욱 롯데백화점 대구점장은 "최근 러닝 및 풋살 등 생활 체육을 즐기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나이키 라이즈 매장을 새로 선보였는데 6월 한 달간 매출이 지난해 대비 175% 이상 성장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어 놀랍다"며 "향후에도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보강하면서 항상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러닝화 판매 인기는 대구신세계에서도 두드러졌다. 대구신세계 6층 스포츠 매장 러닝화 상품 매출이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각각 전년 대비 8%, 뉴발란스는 20% 신장했다.

러닝화 시장을 이끄는 나이키는 에어 줌 유닛과 리액트 폼의 조합으로 새롭게 선보인 페가수스41 상품으로 러너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제품은 부드럽고 지지력이 뛰어난 착용감을 제공해 많은 사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인빈서블3 상품도 발을 부드럽게 감싸면서도 발에 착 달라붙는 모양새로 선호도가 높다.

아디다스는 '아디제로 컬렉션'을 통해 가장 진보된 기술력을 적용한 러닝화를 선보이고 있다. 이 제품은 통기성이 뛰어나고 착화감과 탄성이 뛰어나 발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최적의 러닝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EVO 1은 138g이라는 혁신적인 무게로 제작해 세계 기록에 도전하는 엘리트 선수들은 물론, 마라톤 기록 단축을 목표로 하는 러너들에게 인기가 높다.

MZ세대(1981~2010년 출생 세대)들 사이에서는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뉴발란스의 1080V13와 퓨어셀 엘리트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080V13은 발볼이 넓고 푹신해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하며 가볍고 열감이 없어서 인기 있는 연습용 러닝화로 꼽힌다. 퓨어셀 엘리트는 뉴발란스의 최상급 기술이 집약된 제품으로, 탄소섬유 플레이트가 발의 움직임을 돕고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한다.

이밖에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러닝탱크탑 및 쇼츠, 드라이핏 자외선(UV) 마일러 상품들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대구에도 최근 주목받는 브랜드의 입점을 통해 러닝아이템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5층 아이엠샵 편집매장에서는 최근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호카 러닝화를 판매하고 있다. 기능성 에슬래져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는 에이치덱스(HDEX)는 러닝쇼츠 및 숏슬리브 등 기능과 패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아이템으로 상품군을 확장했다.

올해 상반기 더현대 대구의 스포츠는 전년 대비 20% 수준의 매출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글로벌브랜드 역시 평균 25% 이상 성장했다. 특히 기능 중심의 러닝화에 대한 현장문의와 구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현대 대구 관계자는 "러닝크루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라 트렌드에 맞는 MD와 아이템을 입점시킬 수 있도록 협의 중에 있다"며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고객에게 선보이는 것이 더현대 대구의 방향"이라고 했다.

호카 남성 스피드고트 6. 현대백화점 더현대 대구 제공.
호카 남성 스피드고트 6. 현대백화점 더현대 대구 제공.

◆재판매(리셀) 시장도 함께 부상해

러닝화 리셀 시장 인기도 상당하다. 러닝화 시장 강자 나이키, 아디다스, 호카, 온 등 인기 제품은 웃돈까지 주고 거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설립 이후 급성장해 지난해 12월 1조206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에 등극한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만 살펴봐도 런닝화 리셀 시장 인기가 실감된다.

지난 19일 크림에서 온 러닝 x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파프) 클라우드몬스터 2 모델(출고가 27만9천원)은 66만원에 거래됐다.

앞서 18일에는 아디다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3 오프화이트베러 스칼렛 모델(출고가 28만9천원)이 50만원, 나이키 에어 줌 알파플라이 넥스트%2 프로토(출고가 32만9천원)도 지난 17일 80만원에 거래되는 등 웃돈에 거래되고 있다.

또 호카 본디 6 모델의 경우 20만원가량의 출고가에도 불구하고 49만9천원에 거래된 바 있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러닝 수요로 인해 주요 상품인 러닝화에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이 붙은 리셀도 일상화되고 있다"며 "지속해서 증가하는 러닝 수요로 인해 한동안 러닝 시장의 성장세는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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