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계 "의정갈등 최대 피해자는 노동자·환자"…의사‧정부‧병원 싸잡아 비판

병원노조 "병원 경영진, 손실 노동자에 떠넘겨…생계 위협"
"정부는 구체적 대책 없고 의사들은 이기주의 빠져" 각각 규탄
공공의료 강화·병원 필수인력 확충 등 대안 촉구

김영희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장이 19일 정오에 경북대병원 로비에서 열린
김영희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장이 19일 정오에 경북대병원 로비에서 열린 '2024년 임·단협 투쟁선포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정운 기자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구지역 노동계에서 병원 노동자와 환자들의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동계는 정부와 의사집단이 서로의 의견을 관철하려고 갈등하는 사이, 상대적 약자인 병원 노동자와 환자들의 피해는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이하 의료연대 대구지부)는 19일 낮 12시 경북대병원 로비에서 '2024년 임·단협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경북대병원 분회와 동산의료원 분회를 비롯한 지역 병원 노조 9개 분회가 참가했다.

의료연대 대구지부는 의료계 파업 등 의정갈등 장기화에 따른 병원 노동자들의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병원 경영진이 손실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면서 생계를 위협받는 지경에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이 의사 업무 일부를 간호사 등 타 직종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면서 노동자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환자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영희 의료연대 대구지부장은 "의정갈등이 5달째 봉합되지 않으면서 병원 노동자들은 무급휴가를 강요받고, 명예퇴직 권고를 받기에 이르렀다"며 "병원 손실을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으로 최소화하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와 의사집단을 함께 규탄했다. 정부는 필수과‧지역 의사 부족 사태를 해결할 구체적 방안을 아직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의사들은 이기주의에 빠져 필수불가결한 의대증원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를 향해서는 공공의사제 확대 등의 제도 구체화를 요구하는 한편, 의사들에게는 의대증원 수용과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의사집단행동으로 인한 노동자 책임전가 중단 ▷실질임금 쟁취‧노동조건 개선 ▷의료민영화 중단 ▷지역의사 공공의사 확대‧공공의료 강화 ▷경영악화를 빌미로 노조 탄압하는 사용자 향한 총력 투쟁 등 5가지 결의사항을 밝혔다.

의료연대 대구지부는 결의문에서 "정부는 의대증원이 마치 모든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부족한 지역‧필수 진료과 의사를 늘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이대로라면 현 정부의 의료개혁은 수도권 의사확대, 미용 성형 의사 확대 등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들은 응급실 뺑뺑이‧소아과 오픈런 등 필수과 의사 부족으로 발생하는 사례와 OECD 평균 기준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통계를 모두 외면한 채 증원을 반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조합원들은 몸에 고래 팻말을 부착한 윤석열 대통령과 의사가 주먹다짐을 하고, 그 사이에서 새우 팻말을 붙인 노동자와 환자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퍼포먼스에는 사회적 강자인 정부와 의사집단이 '고래싸움'에 몰두한 사이, 상대적 약자인 환자와 노동자들은 '새우등 터진다'는 의미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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