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닐 트리포노프, 유자 왕, 브루스 리우, 크리스티안 짐머만…. 최근 수년 간 달서아트센터에서 펼쳐진 세계 최정상급 클래식계 거장들의 무대들은 대구의 전반적인 문화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호평을 받는다. 이에 더해 지역의 역사 콘텐츠를 활용해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만든 자체 제작 뮤지컬 '월곡'은 2022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특별초청작에 오르며 달서아트센터 대표 레퍼토리로 탄탄히 자리 잡았다.
사실상 이전까지는 대구 변방의 구립문화회관에 지나지 않았던 이 공간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나타내게 된 것은 2019년 이성욱 관장의 부임 이후부터라는 게 대내외의 평이다. 5년여 간 수장직을 이어오며 타 아트센터와 차별화된 색깔을 만들어 온 그는 지난 5월 달서아트센터 관장에 재선임되며 성장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만난 이 관장은 "첫 부임 당시, 대구 최대 자치구라는 규모에 맞게 문화 콘텐츠 등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같은 공연이라도 타 극장과는 다른 우리만의 기획, 홍보 등의 브랜딩을 해나가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당장 현실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그는 직원들과 함께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대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 2020년 '시그니처 시리즈'로 최고 수준의 국내외 아티스트를 유치하는 데 물꼬를 텄고, 이후 매년 야심차게 완성도 높은 공연과 전시들을 선보이고 있다.
"시그니처 시리즈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지역 예술인들이 무대에 설 수 있고, 지역민들은 장르별로 좀 더 쉽고 깊게 다가갈 수 있는 형태의 프로그램도 마련했습니다. 인디 뮤지션 등이 참여하는 레몬뮤직페스티벌 , 지역 우수 국악인들의 전문 국악 축제인 달서국악, 지역 대표 민간 오페라 단체들이 선보이는 렉처 오페라 인 달서, 지역 청년 연극인들의 창작 작품을 볼 수 있는 달서청년연극제 등이 그것이죠."
처음 관장직에 지원하며 썼던 직무수행계획서의 내용 대부분을 실현한 그의 중점 추진 과제는 바로 달서구 역사 콘텐츠를 활용한 공연을 직접 제작하는 것이었고, 그 첫 결실이 2021년 달서아트센터의 첫 자체 제작 뮤지컬 '월곡'이었다.
이 관장은 "처음에는 지역 역사를 소재로 하는 게 상투적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관장은 물론 직원들이 직접 창작진부터 배우 섭외 등 모든 과정에 참여해 만든다는 것에 내심 자신이 있었다"며 "한두해 공연하고 외면 당하는 공연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 월곡은 초연 이듬해 딤프 특별초청작으로 무대에 오른 데 이어 김천, 안동 투어 공연 등을 거치며 매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장이 전문적인 기획력을 보여줄 수 있는 최종 단계는 자체 제작(프로덕션)이라고 생각한다. 공연 기획 전문가인 우리가 지역에 있는 창작자, 지역에 있는 예술인들과 협업해 지역의 주제를 갖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지역민들의 문화 자긍심을 높이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올해는 달서아트센터가 개관 20주년을 맞이하는 해. 그는 다음달 첫 선을 보일 새로운 프로덕션 시리즈 '뚜들뚜들 선사시대'에 기대감을 표했다. 달서구의 선사시대 테마에 맞춘 이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은 초연 이후 벌써 타 지역 투어공연도 예정돼있다.
이 관장은 앞으로의 임기 2년 간,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실화를 꾀할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사업 가짓수를 줄이고, 잘 만들어진 콘텐츠에 집중해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것. 또한 지난해 공연장 잔향가변장치 설치에 이어 화장실 리모델링 등 환경 개선도 지속해나가겠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항상 말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공간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이미지 브랜딩을 해나가야 한다고요. 그렇게 서로에게 동기부여를 하며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그간 부족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지역민들의 많은 응원과 관심 덕에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발전하는 달서아트센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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