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로마에서 대구까지

신홍식 글로벌메세나협회인대구 협회장

신홍식 글로벌메세나협회인대구 협회장
신홍식 글로벌메세나협회인대구 협회장

옛날 옛적에 고허촌장 소벌공이 양산의 기슭을 바라보니 나정 옆의 숲에서 웬 말이 꿇어앉아 울고 있어 다가가서 보자 말은 홀연히 사라져 보이지 않고 큰 알만 하나 있었다는 박혁거세(BC 69~AD 4)의 신화가 탄생할 때, 로마에서는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BC 63~AD 14)의 측근 가이우스 마이케나스(BC 68~AD 8)가 문화예술가들의 후원자로 이름을 알렸다.

그의 이름은 훗날 '문화예술 후원자'를 의미하는 하나의 보통명사가 되었다. 마이케나스의 라틴어 이름이 프랑스어로 메센(Mecene)으로 변하여 '메세나(Mecenat)'란 단어가 만들어졌다. '메세나'는 기업이 문화예술 분야에 적극적이고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모든 활동을 뜻한다. 기업으로부터 지원받은 문화예술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어 삶의 질을 높여 주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메세나' 운동의 사례는 15~17세기 금융업으로 부를 축적하여 이탈리아 피렌체를 350년 지배한 메디치 가문에서 볼 수 있다. 메디치 가문은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같은 예술가들을 후원하여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절정기를 이끌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미국에서 석유왕 록펠러의 손자 데이버스 록펠러가 1967년 기업예술후원회를 발족하면서 '메세나'란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후 각국의 기업들이 메세나협회를 설립하여 예술인들의 후원 활동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 의식 고취 및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한국메세나협회가 발족하였다. 협회의 문화예술 지원을 통한 사회 공헌에 기업들이 뜻을 같이하여 후원사가 되었다. 그러나 '메세나'가 일반인들에게도 의미 있는 운동이라 판단하여 2004년에 한국메세나협의회로 바꾸었다가 2013년 다시 한국메세나협회로 바뀌게 되었다.

최근에는 '메세나'의 의미가 더욱 확장되어 예술·문화·과학·스포츠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사회적·인도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공익사업에 대한 지원 등 기업의 모든 지원을 포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 차원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 도서관 등을 지어 기증하고, 악단이나 축구단, 혹은 과학 연구 시설을 세우고 그 활동을 후원하는 것도 메세나 운동이다.

세계적인 K-팝 열풍도 대구에서 로마까지 한나절이면 도달할 수 있는데 로마에서 시작한 메세나는 대구까지 오는 데 2천 년의 세월이 흘렀다.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2023년 3월 공동모금회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과 기업인, 일반인들이 참여하여 '글로벌메세나협회인대구'가 발족하였으며 12월에는 창립 기념으로 수성아트피아에서 세시봉(윤형주, 조영남, 김세환) 멤버들과 함께 '제1회 메세나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치고 2024년 5월에는 봉산문화예술회관에서 기성 시인·작가 29인이 참여한 '시민과 함께하는 동행전'을 개최했다.

대구 각 구청과 기관·기업체 50여 곳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였으며 하반기에도 예술인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공연과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앞으로도 메세나 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많은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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