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좁고 굴곡 심한 '아찔한 시골 도로'…"열악한 환경·고령 운전자" 영향

경북 지방도 교통사고 전년 대비 28.4%↑…군 관리 도로도 증가세
국도에 비해 관리 상태 열악

지난해 5월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북 안동시 와룡면의 한 마을. 도로가 좁고 굴곡도가 심한 데다 가드레일조차 없어 사고 위험이 큰 곳이다. 박상구 기자
지난해 5월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북 안동시 와룡면의 한 마을. 도로가 좁고 굴곡도가 심한 데다 가드레일조차 없어 사고 위험이 큰 곳이다. 박상구 기자

경북 안동시 와룡면의 한 농촌 마을. 험준한 산속의 이곳에선 지난해 5월 전동휠체어를 타던 80세 할머니가 전복사고로 숨졌다. 폭 4m 남짓한 작은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좁은 탓에 중앙선이 없고 차량 교행도 어렵다. 그나마 마을에선 유일하게 포장된 도로다.

지난달 방문한 이 도로는 곳곳이 갈라지고 폭 꺼져 있었다. 도로와 민가 사이에 1.5m 깊이의 개울이 있었다. 차가 추락하면 인명 사고로 번질 수 있는 구조였다. 도로에서 개울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시설물은 없었다.

지난해 5월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북 안동시 와룡면의 한 마을. 도로가 좁고 굴곡도가 심한 데다 가드레일조차 없어 사고 위험이 큰 곳이다. 박상구 기자
지난해 5월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북 안동시 와룡면의 한 마을. 도로가 좁고 굴곡도가 심한 데다 가드레일조차 없어 사고 위험이 큰 곳이다. 박상구 기자

이곳 주민 장희문(86) 씨는 "작년 목숨을 잃은 할머니는 밭일 하다가 집에 물 뜨러 간 사이 사고가 났다. 도로에서 다리로 꺾어 들어가는 틈새에 빠진 것"이라며 "길이 워낙 좁아 이 동네에 차를 운전해 드나드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다. 조금 큰 차는 아예 지나다니지 못한다"고 말했다.

경북 농촌 지역의 도로가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경상북도와 각 지자체가 관리하는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이 좁고 굴곡이 심한 구간을 비롯해 도로 안전시설이 허술한 지점에서 인명 사고가 일어났다.

21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군위군 제외)의 지방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1천174건으로 전년 914건보다 28.4% 늘었다. 군도의 경우 지난해 1천218건으로, 2021년 1천160건에서 2022년 1천269건으로 늘어난 뒤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지방도는 도로법에 따라 광역자치단체가, 군도는 군이 각각 관리와 운영을 맡은 도로다.

반면 경북의 전체 교통사고는 2021~2023년 사이 1만1천981→1만944→1만728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로 인해 지방도와 군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2021~2023년 연도별 비중을 보면 지방도는 8.1→8.4→10.9%, 군도는 9.7→11.6→11.4% 등으로 높아졌다.

열악한 농촌 도로 환경과 고령자가 많은 인구 특성이 지방도와 군도의 사고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승용차 대신 이륜차‧원동기‧농기계 이용이 많다는 점도 화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사민 도로교통공단 경북지부 안전시설부 차장은 "농촌 지역은 계획도로가 아니다 보니 도로의 굴곡이 심하고 가로등이 없는 경우가 많다. 교통량이 많지 않아 차량 속도가 빨라 사고 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망사고가 특정 지점에 반복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사고가 난 뒤 조치하는 것보다는 사고 위험이 큰 지점을 사전에 파악해 안전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농촌 도로가 정부가 관리하는 국도에 비해 도로 상태가 열악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아 통행량이 적은 도로에 예산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경북 군도의 포장률은 81.8%로, 국도(100%)와 지방도(96.6%)에 못 미쳤다.

경북경찰청 교통관리계 관계자는 "군도 유지관리 상태가 국도와 비교하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투입되는 예산 규모 차이가 워낙 크다"며 "군도 대부분이 주요 도로가 아니고 폭이 좁다. 구조적으로 휘어짐이 심하고 낙후된 도로가 많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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