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은 부자 나라” 트럼프 재집권 땐 동맹청구서 폭탄 날아든다

지난 트럼프 정부 시절,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 요구
신트럼프 핵심 인사들 안보 무임승차론 언급 “한국은 부자 나라”
신트럼프 정부 방위비 대폭 증액 대비한 ‘Give & Take’ 전략 짜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 참석해 주먹 쥔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 참석해 주먹 쥔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압박에 대해 우리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 정부가 증가된 방위비 분담을 거부하면 신트럼프 정부는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하는 카드를 내세울 수도 있다. 굳건한 한미동맹의 기반 하에 밀고 당기는 협상이 진행되겠지만,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대략 난감'한 입장이다.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한국 부자 국가"

신트럼프 정부의 대외 국방정책을 이끌 핵심 인사들은 나토(NATO)와 한국에 대놓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한국은 매우 부유한 국가로, 자국 방어를 위해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한국의 방위비 증액을 사실상 요구했다. 그는 트럼프 재집권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다시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도, 한국의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 "한국은 자국 방어를 위해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더 큰 기여를 하길 바란다. 좋은 협상을 기대한다"며 "한국은 매우 부유한 국가가 됐다. 한국에서 벌어진 일은 가장 큰 경제적 스토리다. 한국은 무엇이든 필요한 것을 할 수 있는 돈이 있다"고 일관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낙점된 J.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역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보호무역·동맹국 방위비 증액 등 강경책을 예고했다. 밴스 의원은 "미국이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부담했던 부분들을 앞으로는 동맹국들과 나누겠다"며 "미국 납세자의 관대함을 배반하는 무임승차 국가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일본 등 부유한 동맹국의 방위비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트럼프의 평소 지론으로,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미국에 의지하려는 국가를 돕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언급했다. 그는 "왜 우리가 남을 방어해 주어야 하느냐"며 자신의 국정철학인 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만의 린자룽 외교부장은 1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에 대해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대만의 린자룽 외교부장은 1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에 대해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증액 공세에 내내 끌려다녀

대한민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시절 방위비 분담금 증액 공세에 내내 끌려다녔다. 트럼프가 취임하던 2017년 9천507억원에서 2023년에는 1조2천896억원으로 35%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나마 조정된 금액이다.

이후 트럼프는 재집권에 실패한 후 "말이 안 된다(Doesn't make sense)"며 "애초에 계획대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배인 50억달러(6조9천400억원)로 올렸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리지 못한 바이든 정부를 향해 "멍청이"라며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신트럼프 시대가 도래한다면 다시 한번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고리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더불어 미국인들도 이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철학에 동조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83%가 '다른 나라 신경 끊고, 미국이나 챙기라'는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한편, 대만의 린자룽 외교부장(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해 방위비 부담을 요구한 가운데 19일 "우리는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구매하고 있고 방위비 지출을 계속해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미 전문가들 "중국과 러시아 견제임을 강조해야"

뼛속까지 'Give & Take'(냉정한 거래를 중시하는 사업가)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현실주의자인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더 노골적으로 한국과 대만 등에 동맹청구서를 들이밀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올 연말에 신트럼트 시대(트럼프 재집권)가 도래한다고 가정하면, 지금부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협상전략에 돌입해야 한다. 대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국한한 비용부담 협상을 하기보다는 "주한미군 역할이 대북 방어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견제용"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방어논리의 핵심은 주한미군의 역할은 미국이 초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린치 핀'(Linchpin, 핵심 축)을 주지시키는 것이다. 또 미국이 두려워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잘 사는 한국이 당연히 방위비를 많이 분담하라'는 미국 중심의 논리에서 벗어나도록 논리를 펴야 한다.

미국 정치를 전공한 김정규 국제학연구소장(계명대 미국학과 교수)은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트럼프 시대를 대비한 현명한 대미 전략이 요구된다"며 "트럼프 정부는 분명 이것을 주는 대신 다른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 뭘 주고받을지 다양한 전략을 짜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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