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고 싶었던 기억이 눈앞에 펼쳐질 때가 있다. 유년 시절 계모에게 갖은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던 민세빈(가명·41) 씨는 첫째 아들에게 손찌검을 하는 남편을 보곤 이혼을 결심했다. 수 십 년 전 자신처럼 맞고 있는 아이를 그대로 둘 순 없었기 때문이다. 무작정 3남매와 함께 고향을 떠난 세빈 씨. 내 자식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키워내고 싶지만 시련은 계속 그를 따라다닌다.
◆어릴 적부터 가정폭력 당해...남편은 외도도
3살 때 이혼한 아버지를 따라 경북 구미로 내려온 세빈 씨는 학창시절 동안 계모에게 학대를 받으면서 자랐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컵을 깼다는 이유로 계모가 식칼을 들고 그를 덮치기도 했다. 마침 퇴근한 아버지가 가까스로 계모를 말렸지만 그때 왼쪽 종아리에 베인 상처는 여전히 흉터로 남아있다.
계모와의 불편한 동거는 계속됐다. 아버지가 계모에게 의지를 많이 했던 탓에 마냥 갈라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심지어 칼부림 이후 계모는 임신 소식을 알렸고 얼마 안 돼 남동생을 낳았다. 집안에서 입지가 더욱 좁아진 세빈 씨는 알음알음 친모를 찾아가기도 했으나 그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럴수록 그는 집을 떠나 자신만의 가정을 빨리 꾸리고 싶다는 마음을 키웠다.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택한 그는 20살 때부터 구미의 한 전자회사를 다녔고, 그곳에서 3살 연상의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세빈 씨가 지나가며 슬쩍 한 얘기도 다 기억해 들어줄 정도로 다정했다. 동거를 했던 둘 사이에 소중한 생명이 찾아오면서 세빈 씨는 23살 때 결혼을 했다.
하지만 이른 결혼은 독이었다. 자녀계획 없이 3남매를 2~3년 터울로 출산하다 보니 경제적 부담이 압박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게다가 다정한 줄 알았던 남편은 밖에서만 그럴 뿐, 집에서는 무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고 육아는 온전히 세빈 씨 몫이었다. 그는 애들을 키우면서 틈틈이 일을 병행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알고 보니 그동안 남편은 사무실로 쓰던 투룸에서 세빈 씨의 친한 언니와 사실상 동거를 하고 있었다. 우연찮게 세빈 씨가 그곳에 갈 일이 있었는데, 남편 혼자 쓰던 사무실은 사실상 남녀가 살림을 꾸리는 곳으로 바뀌어 있던 것이다. 남편과 친한 언니의 극구 부인에도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그는 한 달간 집을 떠났다가 아이들 걱정에 되돌아왔다.
◆이혼 후 희귀암 판정...생활고 겹쳐
외도, 가정폭력 등이 겹치면서 부부는 결국 갈라서게 됐다. 세빈 씨는 택배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갈 작정이었는데 이번엔 몸이 말썽이었다. 2018년 초부터 왼쪽 아랫배에 통증이 계속돼 병원을 가보니 육종암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게 된 것이다. 20cm 길이의 종양 덩어리는 주요 혈관들을 모조리 끼고 있어 수술도 쉽지 않았다.
당시 지역의 대학병원들이 까다로운 수술을 부담스러워해 시간을 끄는 사이 종양은 6kg까지 커졌다. 다행히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긴급 수술이 가능했고 10시간이 넘는 수술시간 끝에 종양은 다른 장기손상 없이 간신히 제거됐다. 암 재발률이 95프로가 넘는 탓에 세빈 씨는 지금도 꾸준히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다.
퇴원 후에는 생활고가 덮쳤다. 병원비 자체는 산정특례제도를 통해 부담이 적었지만 부족한 생활비를 대느라 여러 카드를 돌려 막았던 것이 결국 터지고야 만 것이다. 병원 신세를 지느라 마땅한 벌이가 없었던 게 화근이었다. 급기야 살던 집의 밀린 월세도 못 내 쫓겨나다시피 그곳을 떠난 이들은 지인의 추천을 받아 경북 고령에 정착했다.
방 두 칸이 딸린 약 52㎡(16평) 크기의 집에서 세빈 씨와 고3인 큰아들, 고등학생과 중학생 딸은 모두 함께 지내고 있다. 등교 시간이 겹치는 아침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지만 월세가 부담스러워 이사는 꿈도 못 꾼다. 다행히 일찍 철이 든 아이들은 비좁은 환경에서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학교생활을 충실히 이어가고 있다.
현재 이들에겐 매달 기초생활수급비 197만원이 지급되고 있지만 월세와 식비, 교통비 등을 제하면 네 식구가 지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세빈 씨는 최근 십자인대까지 다쳐 거동이 불편하고, 오래 서 있는 일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자활센터를 통해 어떤 곳이든 출근하려는 세빈 씨. 3남매가 다니고 싶어하는 학원을 어떻게든 보내주는 게 그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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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파킨슨병으로 생활고 장재진 씨에 2,320만원 전달
파킨슨병으로 살길이 막막한 데다 시력·청력도 떨어지고 있는 장재진 씨(매일신문 7월 9일 10면 보도)에게 2천320만3천84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박전호 30만원 ▷이창영 5만원 ▷방순옥 4만원 ▷나선희 3만3천원 ▷박명호 3만원 ▷임경숙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송재일 2만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김주현 1만원 ▷김진만 1만원 ▷박진구 1만원 ▷배정선 1만원 ▷허영재 1만원 ▷안인호 5천원 ▷이장윤 2천원 ▷'석미혜(계대)' 1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빠듯한 생계, 건강 잃은 최희숙 씨에 2,175만원 성금
유방암 수술 후 9년 만에 암 재발해 의료비 부담 큰 최희숙 씨(매일신문 7월 16일 10면 보도)에게 45개 단체, 121명의 독자가 2천175만3천115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아이엠뱅크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농협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권환)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수협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창성정공 (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책나무도남독서학원(조혜리)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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