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서 토론하고 K-POP 댄스 배우고…공공도서관에서 교육과 돌봄을 동시에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제1기 늘봄형 도서관 학교’ 수료식
한 학기 동안 사서 추천 도서 50권 이상 읽고 독후감 쓴 학생 11명
학부모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만족…지역 사회 돌봄 새로운 모델

지난 19일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지난 19일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제1기 늘봄형 도서관 학교' 수료식이 열렸다.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 제공

과거 도서관이 수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기록물을 보존하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의 도서관은 자료실, 북카페, 다목적 공간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문학 강연, 독서 모임에서 전시, 예술 공연까지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들도 한결 다채로워졌다. 여기에 이른바 '돌봄 기능'까지 더해진 공공도서관이 있다고 하면 믿을까? 100년 전통의 옛 중앙도서관을 새롭게 탈바꿈한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 이야기다.

늘봄형 도서관 학교 참가 학생들이 독서, 토의·토론 등 문해력을 키우는
늘봄형 도서관 학교 참가 학생들이 독서, 토의·토론 등 문해력을 키우는 '교과연계 통합독서' 수업을 듣고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 제공

◆도서관에서 교육과 돌봄을 동시에

"책 읽기가 좋아졌어요. 도서관에 가는 시간이 기다려져요."

지난 19일 오후 찾은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는 '제1기 늘봄형 도서관 학교' 수료식이 열리고 있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자신들이 활동한 영상을 바라보며 즐거워했다.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자녀를 축하하기 위해 꽃을 사 온 학부모도 있었다.

늘봄형 도서관 학교는 맞벌이, 취약계층 등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도서관 시설 및 인력을 활용해 방과후 독서교육 및 교육·돌봄 서비스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은 리모델링으로 탄생한 현대화된 복합문화공간을 활용해 학부모들의 양육과 사교육 부담을 덜고자 전국 공동도서관 중 최초로 사업을 자체 기획했다. 지난 3월부터 5개월간 대구 지역 초등학교 3~5학년 학생 32명이 참여했고, 한 명의 탈락자도 없이 모두 수료했다.

수료식에서는 학생들의 활동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수료증을 전달했고, 사서 추천 도서 50권 이상을 읽고 독후감을 쓴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독상'도 시상했다. 다독상 수상자는 3학년 8명, 4학년 2명, 5학년 1명으로 이들은 한 달에 총 10권 이상의 책을 읽은 셈이 된다.

도서관 설문조사 결과, 참여 학생 30.4%가 '도서관과 친숙해지고 도서관에 가는 것이 즐겁다'고 답했고, 19.6%가 '책이 재밌어지고 읽는 횟수가 늘었다'고 응답했다.

삼덕초 5학년 김서윤 학생은 "학교가 아닌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 기분이 색달랐다"며 "다른 학교의 학생들을 폭넓게 사귈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고 말했다.

3학년 학습 도우미인 차국환 씨는 "수업 시간과 자율 시간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으며 독서가 습관화된 것 같다"며 "처음에는 조금 산만했지만 활동이 끝날 때쯤 집중력이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늘봄형 도서관 학교 참가 학생들이 디지털 기술을 익히고 구현할 수 있는
늘봄형 도서관 학교 참가 학생들이 디지털 기술을 익히고 구현할 수 있는 'SW융합 메이커교육'을 듣고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 제공

◆교과연계 수업부터 보드게임까지

늘봄형 도서관 학교는 학생들의 학교수업이 끝난 뒤부터 저녁 8시까지 도서관 내 강좌실, 어린이 자료실, 다목적실 등에서 진행된다.

전문 강사가 진행하는 정규 프로그램은 국어, 수학, 사회, 예능, 과학, 미술, 체육 등 총 7개가 있다. 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책을 활용해 학교 교과와 연계한 수업들이 마련됐다.

세부적으로는 독서, 토의·토론, 독서골든벨 등 학생들의 문해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교과연계 통합독서', 생활 속 이야기와 연계해 재밌고 쉽게 수학을 이해하는 '교과연계 이야기 수학',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코딩 등 디지털 기술을 익히고 구현할 수 있는 'SW융합 메이커교육' 등이 진행됐다.

고조선부터 대한민국까지 우리 역사 속 다양한 인물을 통해 한국사를 이해하는 '인물로 만나는 한국사', 책과 자연 생태계를 연극 소재로 활용해 보는 '자연 속 그림책 놀이 연극', 최신 음악에 맞춰 스트레칭, 웨이브, 스텝 등 댄스 동작을 익힐 수 있는 'K-POP 댄스' 수업도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또 일주일에 한 번씩 대구 한 초등학교 교사가 재능 기부로 참여한 '보드게임으로 배우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배려, 존중, 협력 등의 덕목을 기를 수 있었다.

정규 프로그램 이외의 시간에는 학생들 각자 개인 과제나 독서 활동을 하며 자율학습 시간을 보냈다.

3학년 문소은 학생은 "보드게임을 이용해 수학을 배우는 시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며 "다양한 활동을 하며 공부도 할 수 있으니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늘봄형 도서관 학교 참가 학생들이 최신 음악에 맞춰 댄스 동작을 익힐 수 있는
늘봄형 도서관 학교 참가 학생들이 최신 음악에 맞춰 댄스 동작을 익힐 수 있는 'K-POP 댄스' 수업에 참가하고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 제공

◆지역 사회 돌봄·교육의 좋은 모델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의 늘봄형 도서관 학교는 지역 사회 돌봄·교육의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초등학생 자녀 양육 및 돌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늘봄학교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학교 공간 부족 문제가 뒤따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사회가 협력해 학교 밖 공간을 활용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늘봄형 도서관 학교가 교육(지원)청, 구청, 학교 등 다양한 기관과 연계해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노인 일자리 지원기관인 중구 시니어클럽은 늘봄형 도서관 학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학교이동도우미 10명과 보조교사 6명을 지원한다. 인근 학교들도 도서관의 교과연계 프로그램에 대해 조언·검토하고,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한 안전사고 보상 관련 대책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지역 사회의 노력 덕분에 늘봄형 도서관 학교 참가 학부모 90% 이상이 '운영 전반에 만족한다', '사교육 및 양육 부담이 줄었다' 등의 의견을 보이며 큰 만족도를 나타냈다.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예은(41) 씨는 "도서관이다 보니 퇴근이 늦어지더라도 아이가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며 "쾌적한 환경과 학생 도우미들 덕분에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문희규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 관장은 "공공도서관의 새로운 역할 모델로 기획한 늘봄형 도서관 학교 제1기 수료식을 개최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며 "돌봄 정책을 공공도서관 특성에 맞게 기획·운영한 선도 기관으로서 프로그램 품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은 오는 24일까지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제2기 늘봄형 도서관 학교' 참가 학생을 모집한다. 대상은 초등학교 3~5학년이며, 학기는 9월 3일부터 12월 2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참가비는 전액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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