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유령아동' 막을 수 있을까…시민단체 "지원 시스템 구축해야"

19일부터 의료기관에서 바로 출생 등록, 위기 임산부 익명 출산 지원
시민단체 "경제적 어려움으로 출산 후 양육 포기할 수도…분야별 세밀 지원 필요"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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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되는 이른바 '유령 아동' 문제를 예방하고자 정부가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실시한 가운데, 각종 부작용 우려와 함께 지원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성명을 발표하고 "늦었지만 출생통보제의 제대로 된 시행을 촉구한다"면서도 "보호출산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며 지원 시스템을 함께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부터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아이를 지자체에 바로 통보해 자동 등록하는 '출생통보제'와 위기 임산부 익명 출산을 지원하는 '보호출산제'를 동시에 시행한다고 밝혔다.

제도 논의는 앞서 지난해 6월 '수원 영아 사망 사건'이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경기 수원시에서 영아 2명을 살해해 냉장고에 보관한 30대 친모 사건이 드러났고, 이후 감사원은 임시신생아번호로만 남아있는 출생 아동 2천여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대구에서도 출생신고제 허점을 노린 범행을 벌인 30대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인터넷으로 양육 문제를 고민하는 미혼모들에게 접근해 자신의 이름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 출산하는 '산모 바꿔치기'를 하거나, 미혼모로부터 아기를 매수해 다른 부부의 친자로 허위 출생신고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출생통보제를 실시해 의료기관이 출생 아동을 14일 내에 자동으로 시·읍·면에 알려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 입력한 정보가 자동으로 가족관계등록 시스템에 통보되는 출생통보시스템을 구축한다. 이전에는 법적으로 보호자인 부모가 1개월 이내 출생신고를 해야 하고, 신고하지 않아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과태료만 납부했다.

또한 임신과 출산 사실을 밝히기 꺼리는 일부 임산부들이 의료기관 밖에서 아동을 출산한 뒤 유기하는 것을 막고자 보호출산제도 함께 실시한다.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임산부가 의료기관에서 가명과 관리번호(주민등록번호 대체 번호)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하고, 출생 통보까지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에선 수원 영아 사망사건 등을 막으려면 출생통보제를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면서도 보호출산제는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위기 임산부와 미혼모에 대한 출산과 양육지원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되는 보호출산제는 장애아나 미숙아의 유기 통로로 악용될 수 있고, 아동이 친생부모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여성의 선택권과 이에 대한 실질적 지원, 직접 양육할 복지 및 주거정책 등 공적 체계가 미비한 상황에서 보호출산제가 먼저 도입됨에 따라,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의료지원은 받되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호출산제가 아이를 손쉽게 포기하는 선택지가 될 수 있는 만큼, 보호출산제가 의미가 있으려면 정부의 분야별 세밀한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임신기부터 아동양육까지 확실하게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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