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고용 연장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조기 퇴직 후 연금이나 배당(配當)소득만으로 여유로운 삶을 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30년 계획을 짜서 퇴직 후를 설계할 수 있는 젊은 세대라면 모를까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겐 꿈 같은 얘기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평생직장은 사라졌고, 40대 퇴직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연금은 용돈 정도에 불과하고, 몸 바쳐 직장에 충성하다 보니 재테크에 눈 돌릴 겨를도 없었다. 저임금·비숙련(非熟鍊) 일자리로 내몰리는 처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평균 15세 이상 취업자가 지난해 동기보다 22만 명 늘었는데, 노년층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60대 이상 취업자는 28만2천 명, 70대 이상도 15만 명 늘었다. 70대 이상은 무려 192만5천 명이 일을 하고 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8년 이래 최대 증가다.

노년층 취업은 단순히 가계경제(家計經濟)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세대가 올해부터 본격 은퇴를 시작하면서 경제성장률이 약 0.4%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50년 뒤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현재의 절반도 안 된다. 디지털·자동화 시대에 인력 감축이 꾸준히 이뤄졌고, 젊은이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도 크게 줄어 청년 실업이 심각한데 정작 일하는 사람이 줄면서 경제가 위태로운 상황에 봉착(逢着)했다는 의미다.

고용 연장(延長) 논의가 시급하지만 선결 과제도 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이 지속되려면 기간을 늘리고 받는 시기를 늦춰야 하는데, 그러려면 노년층 일자리가 계속 보장돼야 한다. 그러자니 청년층 일자리 확보를 위협할 것만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4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노동 수명 연장과 노인 고용 확대를 조언했는데, 이를 담보할 노동시장 개혁 방법으로 연공주의(年功主義)에 따른 임금체계를 없애고, 법정 정년 연장과 회사별 퇴직 연령의 단계적 폐지를 제시했다. 근속기간이 길수록 고임금을 받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바꾸는 것이 개혁(改革)이다. 정부는 법정 정년(60세) 연장 등을 논의해 올 하반기 중 '계속고용 로드맵'을 마련할 방침이다. 세대를 아우르고 지속 성장을 담보할 혁신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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