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표팀 감독 선임 파문, 대한축구협회는 어물쩍 넘길 일 아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감사를 확정한 것은 불투명한 감독 선임 절차 문제 때문이지만, 그런 '불투명성'이 '공정(公正)'이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한다는 여론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승수, 양문석 등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국회의원을 비롯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정치인들의 입장 표명이 줄을 이은 것도 이런 여론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협회의 잇단 감독 선임 파문(波紋)과 운영 등에 대해 적절성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은 바람직하다. 협회는 정부 유관 기관에 포함된다. 2024년 협회의 일반예산 1천21억원 중에는 스포츠토토 지원금 225억원, 국민체육진흥기금 108억원 등 공적 자금이 들어간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외국인 감독을 뽑는 게 능사(能事)는 아니다. 이번 사태에서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한 문제는 '절차적 투명성'이다. 특히 오랜 기간 누적된 협회 관련 문제 전반에 대한 개혁 요구로 봐야 한다. 특히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과 아시안컵 대회 운영 전반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넘쳐 났다. 경기력 저하는 물론 원격 출근 등 성실성 문제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그를 경질한 뒤에도 협회의 행보는 황당했다. 외국인 감독 선임에 무게를 두겠다 해 놓고 결론은 홍명보였다. 정부의 감사 발표에 여론이 호응한 배경이다.

이 모든 과정들이 정몽규 회장의 독단에서 빚어진 것이라는 원성이 커지며 회장 사임 압박 여론이 비등(沸騰)하다. 감독 선임 절차 등 주요 체계를 훼손한 책임이 그에게 있다는 것이다. 절차 무시는 곧 불공정을 의미한다. 2013년 취임한 정 회장은 내년 1월 회장 4선 도전이 유력하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건 리더의 자세가 아니다. 좋은 성적이 나오면 이전의 실책들이 용서될 거라는 판단도 오산(誤算)이다. 여론이 따져 묻는 건 절차적 투명성이다. 정부 감사가 여론 무마용으로 봉합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지만 그에 앞서 정 회장의 설득력 있는 해명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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