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충원될 새 전공의 제자로 인정 안 해"…단호한 세브란스 교수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연합뉴스

22일부터 정부가 하반기 전공의 모집(가을턴)을 시작한 가운데, 연세대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사직서가 처리된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운다면 제자와 동료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진으로 구성된 해당 비대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결국 정부의 명령대로 세브란스 전공의(인턴·레즈던트)는 일괄 사직 처리됐다"며 "병원은 내년 이후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하반기 가을 턴으로 정원을 신청했지만, 우리 교수들은 이 자리는 우리 세브란스 전공의를 위한 자리임을 분명히 선언한다"고 했다.

병원이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새 빈자리로 채우겠다는 방침을 의대 교수들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국 수련병원이 정부에 제출한 '가을턴' 모집인원은 7천707명에 달한다.

비대위는 "정부의 폭압과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병원이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의 자리를 현재 세브란스와 전혀 상관없는 이들로 채용한다면, 그건 정부가 병원의 '근로자'를 고용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연세의대 교수들은 작금의 고난이 종결된 후에 (새 전공의를) 지원한다면 이들을 새로운 세브란스인으로 환영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학풍을 함께 할 제자와 동료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비대위는 또, 사직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들은 "세브란스 전공의가 사직했더라도 세브란스는 그들의 자리를 비워두고 그들이 당당하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그들을 지원하고 지지할 것"이라며 "우리 (사직한) 전공의들은 이미 모든 교직원과 함께 세브란스이기에 우리의 노력과 지지는 세브란스의 수련과 학풍을 지키기 위한 옳은 길"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정부를 향해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처음부터 재고해 신뢰를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병원은 그동안 해온 정부의 기상천외한 폭압적 대책을 목도했기에 정부의 부당하고 무모한 요구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한 것"이라며 "정부가 병원으로 넘긴 재정적·법적 책임과 국민과 환자의 건강상 피해의 책임, 국가 의료 붕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더 이상 꼼수와 헛된 수작을 부리지 말고 국민 건강과 우리나라의 의료를 위해 모든 것을 되돌리는, 책임 있고 용기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며 "신뢰를 회복하는 분위기에서 전공의·학생과 직접 대화에 나서 젊은 그들을 복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