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개관한 대구미술관은 풍부한 근대미술의 역사를 가진 우리 지역 대구의 미술사를 연구하고 현대미술과 연결 짓는 것을 통해 대구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자랑스러운 지역 미술관으로 역할하고 있다.
지역 작가 발굴을 위해 대구미술관에서 2021년 운영을 시작한 프로그램 '다티스트'는 대구(Daegu)+아티스트(Artist)의 합성어로 이름 지어졌다.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실험적인 작업을 지속하는 중견·원로작가를 선정해 개인전을 개최하는 이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정은주, 차규선, 차계남, 박창서, 이교준, 김영진, 이기칠 작가가 선정됐으며 중견, 원로 작가를 번갈아 선정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예술가를 지원하고 있다.
기존에도 예술위원회나 진흥원, 미술관, 갤러리 등에서 예술가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작가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원 대상 연령이 작품을 발표할 기회가 부족한 청년에 집중돼있다 보니 정작 중견, 원로 작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다티스트'는 묵묵히 활동을 이어나가는 지역의 중견, 원로 예술가들에게 매년 기대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올해로 4회째 진행되는 다티스트 시리즈의 2024년 선정 작가로 현재 개인전을 개최 중인 작가 이기칠은 예술을 하는 행위에 대한 개념적인 질문을 던지며 조각, 회화, 퍼포먼스 등 매체의 경계 없이 작업을 이어왔다. 다티스트 전은 평균적으로 60년대생 이상 중견작가의 개인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선정 작가들이 지나온 수십 년의 작업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작업의 변천들을 전시를 통해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번 전시 '이기칠: 작업에서 연습으로' 역시 1992년 시작된 '작업' 시리즈부터 '작업실', '거주', 현재까지 이어지는 '연습' 시리즈를 통해 한때 청년이었을 작가의 초창기 시절 고민들로부터 어느새 중견작가가 된 현재에 이르러 깊어진 고민들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시기별로 나눠 더욱 다층적으로 바라보며 작가가 구축해온 예술세계를 공유해 볼 수 있다.
지역의 중견작가로 굳건히 자리 잡은 이들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전시는 '회고'의 느낌을 주면서도 작가는 정년이 없는 직업이기에 중견에 다다라 무르익은 이들의 예술세계가 만개할 시기만을 남겨두고 있는 것일지도, 그래서 이들의 전성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일 지도 모른다.
다티스트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지역 미술계의 든든한 허리가 되어주는 중견, 원로작가들의 전시를 통해 대구미술관은 지역민들에게 이들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작가들은 길고 고독했을 지난 발걸음을 돌아봄으로써 재정립의 기회를 맞으며 그렇게 대구미술관은 그들의 슬로건에 맞게 지역의 시대성을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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