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장마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닥치자 '도심 속 피서지'를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이 가운데 한여름 폭염을 피하기 힘든 야외 노동자들은 무더위와의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폭염 특보가 발효된 23일 대구. 매년 여름철 도심 속 피서지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대구실내빙상장은 올해도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였다. 이날 9세 딸과 함께 빙상장을 찾은 김민지(33) 씨는 "최근들어 날씨가 너무 더운데 대구실내빙상장은 시내 한 가운데 있어서 위치도 좋고 시원해서 자주 방문하게 된다"며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좋고 피서지가 따로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낮 최고 온도가 34℃까지 치솟았지만 이곳 실내온도는 10도에 그쳤다. 연인과 함께 실내데이트를 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이모(25) 씨는 "햇빛이 너무 따가워서 야외 데이트는 힘들고 실내데이트 장소를 고민하다가 오게 됐다"며 "이용료도 저렴하고 시원해서 자주 올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심 무더위를 나기위해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는 팔공산 자락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같은날 오후 팔공산 수태골 탐방로 주차장은 평일 낮인데도 30여대의 차량 들어서서 만차상태였다. 탐방로 입구 쪽 정자와 벤치에서 시민들은 삼삼오오 낮잠을 청했다.
이날 부인과 6세 딸아이와 수태골을 찾은 권단우(40) 씨는 "수태골 탐방로는 길이 넓고 평탄해서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오기에 부담이 없다"며 "탐방로 안 쪽으로 들어가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여름마다 온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찾은 오관진(70) 씨는 "시원한 물줄기를 따라 찬 바람도 불고 숲 공기가 좋아 자주 온다"며 "여름철에 이만한 피서지가 없다"고 했다.
팔공산국립공원 동부사무소 관계자는 "여름철이 되면 수태골 탐방로를 찾는 시민들이 부쩍 늘어나는데 주말에는 많을 때 하루 1천여명 넘게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야외에서 장시간 일하는 건설 노동자들은 한여름 폭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쯤 찾은 대구 중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은 30도를 훌쩍 넘긴 더운 날씨에도 인부들이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공사장에 출근한 지 한 달 가량 됐다는 한모 씨는 "체감 온도가 많이 올라가서 헬멧을 쓰고 일하면 땀 범벅이 될 수밖에 없다"며 땀에 흠뻑 젖은 수건과 안전모를 내보였다.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홍모 씨는 "물을 최대한 많이 마시면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지하에서 일할 때가 많아 덥고 습한 걸 견디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오후 서문시장 노점상 역시 '찜통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노상에 소형 선풍기를 틀고 지친 얼굴을 띤 상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건해산물상가 앞 노상에서 수산물을 파는 엄모 씨는 "얼음을 한달에 150만원씩 사서 쓴다"며 "여름이 장사가 제일 안 되는 계절이고 손님도 더울수록 더 적은데 지출은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댓글 많은 뉴스
한동훈 이틀 연속 '소신 정치' 선언에…여당 중진들 '무모한 관종정치'
국가 위기에도 정쟁 골몰하는 野 대표, 한술 더뜨는 與 대표
비수도권 강타한 대출 규제…서울·수도권 집값 오를 동안 비수도권은 하락
[매일칼럼] 한동훈 방식은 필패한다
"김건희 특검법, 대통령 거부로 재표결 시 이탈표 더 늘 것" 박주민이 내다본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