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서지가 따로 없네" 폭염 대응 백태, '도심 속 피서 명소' 찾는 시민들

무더위 피해 대구실내빙상장 찾는 시민들
'서늘한 그늘' 팔공산 수태골 탐방로 평일도 붐벼
햇빛 피할 길 없는 야외노동자 진땀
"손님 줄고 전기요금만 늘어"…수산물 상인 '울상'

23일 오후 대구실내빙상장에서 피겨 정규과정 강습생과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타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유진 기자
23일 오후 대구실내빙상장에서 피겨 정규과정 강습생과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타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유진 기자

올여름 장마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닥치자 '도심 속 피서지'를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이 가운데 한여름 폭염을 피하기 힘든 야외 노동자들은 무더위와의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폭염 특보가 발효된 23일 대구. 매년 여름철 도심 속 피서지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대구실내빙상장은 올해도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였다. 이날 9세 딸과 함께 빙상장을 찾은 김민지(33) 씨는 "최근들어 날씨가 너무 더운데 대구실내빙상장은 시내 한 가운데 있어서 위치도 좋고 시원해서 자주 방문하게 된다"며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좋고 피서지가 따로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낮 최고 온도가 34℃까지 치솟았지만 이곳 실내온도는 10도에 그쳤다. 연인과 함께 실내데이트를 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이모(25) 씨는 "햇빛이 너무 따가워서 야외 데이트는 힘들고 실내데이트 장소를 고민하다가 오게 됐다"며 "이용료도 저렴하고 시원해서 자주 올 것 같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팔공산 수태골 탐방로에서 시민들이 시원한 계곡 물에 손을 담그고 있다. 김유진 기자
23일 오후 팔공산 수태골 탐방로에서 시민들이 시원한 계곡 물에 손을 담그고 있다. 김유진 기자

도심 무더위를 나기위해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는 팔공산 자락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같은날 오후 팔공산 수태골 탐방로 주차장은 평일 낮인데도 30여대의 차량 들어서서 만차상태였다. 탐방로 입구 쪽 정자와 벤치에서 시민들은 삼삼오오 낮잠을 청했다.

이날 부인과 6세 딸아이와 수태골을 찾은 권단우(40) 씨는 "수태골 탐방로는 길이 넓고 평탄해서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오기에 부담이 없다"며 "탐방로 안 쪽으로 들어가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여름마다 온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찾은 오관진(70) 씨는 "시원한 물줄기를 따라 찬 바람도 불고 숲 공기가 좋아 자주 온다"며 "여름철에 이만한 피서지가 없다"고 했다.

팔공산국립공원 동부사무소 관계자는 "여름철이 되면 수태골 탐방로를 찾는 시민들이 부쩍 늘어나는데 주말에는 많을 때 하루 1천여명 넘게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23일 오후 대구 중구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공사장 인부들이 불볕더위 속 작업을 하고 있다. 김지효 기자
23일 오후 대구 중구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공사장 인부들이 불볕더위 속 작업을 하고 있다. 김지효 기자

한편 야외에서 장시간 일하는 건설 노동자들은 한여름 폭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쯤 찾은 대구 중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은 30도를 훌쩍 넘긴 더운 날씨에도 인부들이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공사장에 출근한 지 한 달 가량 됐다는 한모 씨는 "체감 온도가 많이 올라가서 헬멧을 쓰고 일하면 땀 범벅이 될 수밖에 없다"며 땀에 흠뻑 젖은 수건과 안전모를 내보였다.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홍모 씨는 "물을 최대한 많이 마시면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지하에서 일할 때가 많아 덥고 습한 걸 견디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오후 서문시장 노점상 역시 '찜통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노상에 소형 선풍기를 틀고 지친 얼굴을 띤 상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건해산물상가 앞 노상에서 수산물을 파는 엄모 씨는 "얼음을 한달에 150만원씩 사서 쓴다"며 "여름이 장사가 제일 안 되는 계절이고 손님도 더울수록 더 적은데 지출은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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