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북구 침산동 '신탁 전세사기' 징역 5년 선고…피해자들 "유감"

재판부, "범행 인정하지만, 고의로 보기 어려워"
피해자, 가해자 엄벌·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입법 촉구

23일 오후 2시 30분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대구대책위원회 등 피해자들과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윤수진 기자
23일 오후 2시 30분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대구대책위원회 등 피해자들과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윤수진 기자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신탁 전세사기를 벌인 40대 임대인에게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피해자들은 검찰 구형에 미치지 못하는 형량에 유감이라며 다른 재판에선 엄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23일 대구지방법원 형사1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대구 북구 침산동 한 빌라의 소유권을 채권 담보로 신탁회사에 넘긴 이후에도, 소유권자 행세를 하며 17가구(39명)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전세 보증금 15억5천만원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오랜 기간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 회복도 되지 않았다"면서도 "확정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판결 직후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대구대책위원회 등 피해자들은 시민단체와 함께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 당사자인 정태운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대구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검찰 구형 7년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됐는데,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15억원을 가로채 징역 5년이면, 1년 연봉이 3억인 셈"이라며 "피해자들은 하루하루 어둠 속에서 살고 있다. 앞으로 다른 전세사기 재판이 계속 이어질 텐데, 다음 재판부터는 확실하게 가해자를 엄벌하는 판결이 내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변호를 맡은 김승진 변호사(법무법인 맑은뜻)는 "이 사건은 신탁 사기로, 수탁 회사인 신탁사가 임차인들에게 주택 인도 소송을 제기하면 법률적 항변 방법이 없다"며 "이를 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세사기특별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21대 국회를 통과한 이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됐는데, 이후 어떠한 개정안도 입법되지 않았다"며 신속한 입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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