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딥페이크의 딜레마

김병구 논설위원
김병구 논설위원

딥페이크(Deepfake). 인공지능(AI)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fake)의 합성어다. 페이크는 가짜 뉴스나 사진, 음성, 영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AI를 이용해 진위를 구별하기 어렵게 만든 이미지나 영상을 말하는 딥페이크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인간의 글이나 이미지를 학습한 뒤 글, 이미지, 영상 등을 주문대로 만들어내는 생성형 AI 기술이 급속도로 고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딥페이크 영상 제작 시간도 몇 년 사이 수시간에서 수십 분, 심지어 초 단위까지 줄었다.

미국 AI 기업인 오픈AI가 지난 2월 선보인 동영상 생성 서비스 '소라'는 몇 개의 단어만으로 유명인의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낸다. 또 다른 미국 기업 루마AI가 올 상반기 선보인 서비스 '드림머신'은 5초짜리 동영상을 만드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중국 기업 콰이쇼우도 6월 초 동영상 생성 서비스 '클링'을 통해 '국수 먹는 남자'를 선보여 주목(注目)을 받았다. 문장을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TTV(Text to Video) 딥페이크 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딥페이크 기술은 앞으로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시장에서 상당한 파급력(波及力)이 예상된다. 촬영이나 컴퓨터그래픽(CG) 작업 없이 싼 비용으로 특수효과나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학계는 내년까지 문화콘텐츠 제작의 90% 이상이 AI 기술에 기반을 두거나 도움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중문화계 일자리 축소, 캐릭터 표절(剽竊) 논란 등은 AI 기술이 가져올 어두운 뒷모습이다. 딥페이크를 활용한 음란물 확산, 투자 권유 사기 등 부작용은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러시아 국영방송에 등장한 우크라이나 국방위원회 서기의 딥페이크 영상, 지난 1월 경선 투표 불참을 권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딥페이크 음성 등 선거나 전쟁 여론까지 조작할 위험성을 낳고 있다. 딥페이크 기술이 인류의 발전과 편익(便益)에 기여하는 한편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침해(侵害)할 수 있다는 양면성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딥페이크 기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규제책을 마련하면서도 기술개발을 촉진해 최대한 긍정적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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