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금융당국 정책에 대출금리 인상, 서민은 울고 은행은 웃고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줄줄이 올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비롯된 현상이다. 예금금리 하락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올라,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預貸)마진'이 커지고 있다. 고금리로 서민과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데, 은행들은 '이자 장사'로 이득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국내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3월 5.04%에서 지난달 5.20%로 0.16%포인트(p) 올랐다. 이 기간 만기 10년 이상의 분할상환(分割償還)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4.05%에서 4.06%로, 전세자금대출 평균 금리는 4.23%에서 4.31%로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도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은 계속됐다.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국민, 우리, 신한, 농협 등은 주담대 혹은 전세대출 금리 0.05~0.20%p 인상을 결정했다.

반면 대출금리 산정 기준인 시장금리는 하락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여파로 주담대 금리의 기준인 금융채 5년물 금리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최근 연중 최저점까지 떨어졌다. 이 바람에 예금금리는 내렸다. 5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1년) 최고 금리는 이달 초보다 0.1%p 하락했다. 시장금리가 떨어지는데 대출금리는 오르는 기현상(奇現象)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액이 큰 폭으로 오르자, 은행권에 가계대출 자제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주(借主)들은 예금금리는 떨어지는데 왜 대출금리만 올리냐고 지적한다. 시장금리가 하락해도 소비자들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은행들만 주머니를 채우는 것은 옳지 않다. 가계대출 금리가 1%p 오르면 가계대출 연체율(延滯率)이 0.32%p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대출금리 조정에 신중해야 할 이유다. 금리 조정은 주택가격과 경기 등을 감안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계대출이 급증한 데는 저리의 정책금융 상품 확대 등 정부 정책의 영향도 크다. 정부의 원칙 없는 정책이 은행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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