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분양 실적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이어진 대구 수성구 후분양 단지를 둘러싼 갈등이 숙지지 않고 있다. 건설사를 믿고 용역 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들이 2년 가까이 대금을 받지 못해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저조한 분양에 미수금 쌓여
부동산 분양 광고대행사 A사는 2022년 9월 1일 준공을 1년 정도 앞둔 시점에 대구 수성동4가 아파트 단지에 관한 광고 및 홍보 업무를 대행하는 광고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매월 말 기준 실제 집행한 홍보물 제작비 및 광고 매체비를 청구하면 현금으로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그해 10~11월 입주자모집공고와 청약 일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A사를 통해 여러 차례 광고가 집행됐다. 그러나 시행사 등 사업주체 측은 분양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대금 결제를 미뤘다. 당시 전체 146가구 가운데 25가구만 분양되며 흥행에 어려움 겪었다.
대금 미지급으로 여러 협력사로부터 자금 압박을 받던 A사는 일부 매체 광고비를 사업주체 대신 내주기도 했다. A사 관계자는 "지난해 3월에는 미수금이 가득 쌓인 상태에서도 추가적인 광고물 제작 의뢰가 있었다"며 "분양이 되어야만 신탁사, 대주단을 설득해서 광고비 지급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추가 광고를 집행했다. 지금 중단하면 그동안 못 받은 용역비를 모두 떼일 수 있다는 우려에 업무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A사가 받지 못한 미수금은 10억3천198만원에 달한다. A사 등에 따르면 A사를 포함해 감리, 설계, 인테리어 등 10개 업체에 쌓인 미수금이 37억4천800만원에 이른다. A사는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서 직원을 10명 이상 감축했고 추가 수주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신용평가 과정에서 현금 흐름이 나빠졌다는 이유로 다른 기업들의 연간대행사 선정에서 탈락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해당 단지가 부동산 PF 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해 공개 매각된 이후 법원을 통해 채권압류, 추심 결정을 받았지만 신탁사나 대주단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을 수 없었다.
◆공매 넘어가자 태도 달라진 시공사
A사는 시공사가 공매 이후 태도가 돌변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자신들을 믿고 광고비를 집행하라던 모습과 달리 미수금을 언급하자 광고대행계약과 자신들은 무관하다며 선을 그은 것이다. A사 관계자는 "건설사는 주도적으로 분양광고 업무에 관여했고 각종 업무도 건설사의 확인이 있어야 처리할 수 있었다"며 "전체 사업 구조도 시행사 지분은 미비한 수준이고 사업이익의 대부분은 시공사가 가져가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단지는 지난 5월쯤 할인 분양으로 분양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광고대행사를 선정해 광고 홍보물을 제작하기도 했지만 A사에 대한 용역비는 여전히 지급되지 않았다. A사 관계자는 "분양을 완료하면 반드시 광고비를 지급해준다는 말만 믿고 기다려 왔다"며 "결과적으로 분양이 완료되었지만 시행사, 시공사, 신탁사 모두 책임이 없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시공사는 자신들도 거액의 피해를 봤다며 협력업체에 남겨진 각종 미수금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공사 역시 받아야 할 공사비가 436억원에 달해 가장 큰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피해를 호소하는 업체들은 시행사와 용역 계약을 맺었다"며 "시공사도 건설 용역 대금인 공사비를 시행사로부터 받지 못한 상황이지만 직접적인 계약 관계에 있는 협력업체에는 용역 대금과 공사비를 다 지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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