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철학의 빈곤

김영희 시인(영천문인협회 이사)

김영희 시인·영천문인협회 이사
김영희 시인·영천문인협회 이사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보다 단독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폐자원(廢資源)이 제대로 수거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얼마 전에는 대구에 있는 한 섬유공장이 투명 페트병 부족으로 제대로 조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분리수거(分離收去)를 바르게 하지 않는 바람에 중국에서 투명 페트병을 수입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아직 부족하다는 현실에 마음이 서글프다.

편리한 대로 공산품을 사서 쓰고는 더 이상 필요가 없으면, 그냥 아무 곳에나 버린다. 무분별한 소비 만연(蔓延) 심리가 지구촌을 쓰레기로 덮어 버리고 있어서 걱정이다. 그 결과 벌어진 기후변화는 '사람살이'를 점점 어렵게 하고,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대오각성(大悟覺醒)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는 아직도 미래의 일이거나,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된다.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 그리고 그 습관이 개인과 공동체의 운명(運命)을 좌우하기도 한다. 철학의 기본인 이러한 사유(思惟)를 거치지 않으면 우리의 앞날을 기약할 수 없다.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정치, 행정의 무사안일(無事安逸), 막대한 쓰레기 처리 문제는 백년을 내다볼 수 없게 한다. 무분별한 개발로 지구 환경은 갈수록 파괴되어 간다.

이제는 우주 강국들이 화성과 달에 우주선을 보내어 거기에 새로운 기지를 건설하고 개발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지구 생태계(生態系)를 파괴해 놓고 우주 섭리(攝理)를 깨뜨려 가면서 화성과 달까지 개발해, 결국 그곳의 환경도 파괴하겠다는 것인가. 우주탐사선을 보내어 우주과학을 연구하고 인공위성을 쏘아 이용하는 것까지는 괜찮겠지만, 막대한 자본을 들여서 우주 경제를 개발해 얻는 결과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정부도 우주 경제를 개발하겠다고 한다. 그 일환으로 지난 5월 우주항공청을 개청했다. 신세계 같은 '우주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이 대목에서 철학의 부재(不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선진국이 하는 것을 무조건 따라 할 것이 아니다. 경제성에 우선을 둔 과도한 우주 개발 경쟁은 우주 환경을 지구 환경 못지않게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두렵다. 이제는 진정한 인간의 삶, 건강한 지구에 이어 우주 환경도 생각해야 한다. 세상이 그만큼 바뀐 것이다.

우리에겐 성찰(省察)의 시간이 필요하다. 앞만 보고 달려서는 안 된다. 사회를 돌아보고, 지구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이제는 돈보다 생명을 우선하는 자본주의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도 그런 관점에서 책임감을 갖고 국정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 대량생산 체제, 과잉 소비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이 거론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부작용은 최소화돼야 한다. 잘못된 정책은 수정돼야 한다. 무조건적인 경제개발 위주의 물질만능(物質萬能) 세태는 인간 정신과 지구 환경을 황폐하게 한다.

철학의 빈곤(貧困)은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예술의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철학이 없는 정책은 국민들의 행복한 삶과 나라의 건강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성공하는 통일 선진국가가 되려면 새로운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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