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댁에서 보았던 자개 장롱들이 전시장에 자리했다. 빼꼼히 열린 장롱 문 속은 동물이 뛰노는 영상과 모빌 등으로 꾸며졌다. 몽환적인 이 공간은 마치 꿈 속으로, 혹은 상상의 세계 속으로 들어서는 통로처럼 관람객들을 맞는다.
우지피(woozi.p·박우진) 작가는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를 주제로 자개 장롱 속에 미디어, 사진, 동물 모형, 미러볼 등 작가만의 비밀 공간을 보여주는 설치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헤테로토피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 세계인 유토피아와는 다르게, 유토피아적인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이다. 작가는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Michel Foucault)가 제시한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들 중 일상적인 공간과 다른 특수한 공간을 장롱으로 택하며, 현실 속 헤테로토피아를 구현해내고 있다.
그는 성인이 되면서 축적된 경험과 사회적 규범 등이 의식의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진 현실을 반증하듯, 어린 시절의 순수하고 필터링되지 않은 경험의 형태를 보여준다.
작가는 "어린 시절 장롱에 숨어 먹고 싶은 사탕과 젤리를 마음껏 먹고, 동물들과 노는 등 나만의 세상을 장롱 속에 숨겨 본 경험을 동경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지피 작가의 개인전 '나의 비밀공간'은 달서아트센터의 '2024 갤러리 라온 시리즈'의 네번째 전시다. 갤러리 라온 시리즈는 달서아트센터가 예술가로 성장하기에 가장 어려운 시기인 미술대학 5년 이내 졸업자를 대상으로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앞서 대구경북 청년 작가 7명을 선정한 바 있다.
전시는 8월 17일까지 이어지며 일요일, 공휴일은 휴관한다. 053-584-8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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