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회 인사청문회 존재 이유 되묻게 하는 방통위원장 청문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의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파행(跛行)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는 진작 나왔던 터였지만 이다지도 엉망진창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 방통위원장으로서의 비전에 대한 질문은 이준석 의원 등 극히 일부에 그쳤다. 후보자의 낙마를 공언한 더불어민주당은 후보자의 이전 행적(行跡)을 따져 묻거나 개인적 신념을 확인하는 듯한 질문으로 일관했다. 후보자 검증이라는 인사청문회의 기본 취지를 망각한 언동들이 난무했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의 진행 방식부터 정상과 한참 멀었다. 증인 선서를 마치고 돌아서 자리로 향한 후보자를 다시 불러 "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귀엣말을 한 뒤 서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악수를 했다. '똥군기'가 따로 없다. 청문회 진행도 마찬가지였다. 후보자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 반박하지 말라고 했다. 답변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국민들이 판단할 거라고 했다. 물에 빠트려 놓고 물에 뜨면 마녀라는 식의 궤변이다. 의사 진행 발언을 하는 여당 의원에게 삿대질을 했다고 일방적으로 격분하는가 하면 최 위원장의 공격적이고 일방적인 청문회 진행 태도에 대한 다른 여당 의원의 지적도 당신이 잘못 파악한 것이라는 투로 면박을 줬다. 그러면서 의원들끼리의 언쟁을 창피하다고 지적했다.

정작 창피한 감정을 느낀 건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은 대체로 수준 이하였다. 청문회 이전부터 후보자를 무안 주는 추태(醜態)는 줄곧 이어졌다. 모욕적이게도 외모까지 언급했다. 성 인지 감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작태였다. 청문회장에서도 조직적인 폄훼는 이어졌다. 법인카드 부정 사용의 증거로 1만2천원짜리 밥을 혼자 먹었다는 것이나 주말에 호텔에서 사용한 걸 캐물을 때는 대외 활동을 해 본 적이 없는 건지, 현실을 모르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수행 비서는 대개 밥을 따로 먹고, 호텔은 숙박 용도만이 아니지 않나.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를 누른 것도 찾아내 이유를 캐묻는다. 세월호 참사와 '5·18'에 대해 묻기도 한다. 숫제 사회주의자가 아님을 입증하라며 시진핑, 김정은, 푸틴을 비판해 보라는 식이다. 치졸하다. 탄핵에 초점을 맞추니 파행은 예정돼 있었다. 이쯤 되면 국회의 수준에 국민이 서글퍼진다. 굳이 청문회를 24, 25일 이틀 동안 잡은 이유가 궁금해진다. 탄핵을 위한 수순 밟기에 불과한 인사청문회는 차라리 안 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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