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관계가 다양한 메신저와 SNS 등으로 연결된 시대, 편지나 엽서 등 우편 수단은 거의 잊혀지고 있다. 정보는 좀 더 빠르게 오갈지라도 깊은 감정의 왕래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으며, 진지함은 재미 없고 구식으로 취급한다. 이환권 작가의 '바람 부는 날'은 이러한 세태를 풍자하는 조각 작품이다.
커다란 우체통과 여인은 마치 세찬 바람 속에 서있는 듯 휘어진 모습이다. 작가는 내면의 공허하고 쓸쓸한 심리에서 기인한 거센 바람 탓에 절실한 메시지를 건네기조차 힘든, 누군가와의 진정한 소통 없이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가감없이 나타내고 있다.
갤러리소헌&소헌컨템포러리(대구 중구 동덕로 18 2층)에서 열리고 있는 '풍경 그 너머, 도시와 사람들'은 이처럼 ▷도시 속 사람들의 얘기와 일상 ▷자연의 풍경을 그린 작품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우선 이흥덕, 성태진, 황세진, 배준성, 이영철, 파하드후세인(인도), 최석운, 박수만, 구스만 헤리아디(인도네시아), 이민혁, 이환권, 구본주, 조정화, 국경오 작가는 도시 속 사람들의 감정이나 그들이 경험하는 상호관계의 모습을 표현해낸다.
현대인들의 얘기들을 해학적, 비평적으로 표현해온 이민혁 작가의 대표작을 비롯해 인도 중산 가정의 화목한 일상을 인물들의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그려낸 인도 컨템포러리 아트 스타작가 파하드 후세인의 작품이 전시된다.
탐욕으로 얼룩진 삶 속의 안락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인도네시아 작가 구스만 헤리아디의 '잠', 가족들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담은 박수만의 '세상 바라보기' 작품 등도 볼 수 있다.
또한 박일용, 임소아, 곽윤정, 콘라드빈터(독일), 함명수, 박발륜, 프란체스코 판세리(이탈리아), 최성철 작가는 그들만의 고유한 시각과 터치로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그린다.
곽윤정 작가는 어딘가에 있는 듯 눈에 익으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의 자연을 표현한다. 찰나의 순간에 느낀 감동을 자신만의 색과 마티에르로 풀어냄으로써 독창적인 자연의 모습을 나타낸다.
독일에 체재하며 활동 중인 임소아 작가의 작품은 수평적 구도의 기하학 도형들이 연속적으로 미묘한 색의 변화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는 고즈넉한 새벽의 바다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색면추상의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원주은 갤러리소헌&소헌컨템포러리 큐레이터는 "조각과 회화를 아우르는 여러 작품들로 다양성의 재미를 더한 이번 전시는 평소 대구에서 쉽게 만나보기 힘든 글로벌한 활동을 펼치는 작가부터 역량 있는 중견 스타 조각가들의 작품들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4일까지 열리며 일요일, 공휴일은 휴관이다. 053-42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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