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초고령사회와 고령 운전자

11일 오전 인천 남동구 도로교통공단 인천운전면허시험장에서 한 고령운전자가 교통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인천 남동구 도로교통공단 인천운전면허시험장에서 한 고령운전자가 교통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봄이 디지털국 기자
김봄이 디지털국 기자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섰다. 고령인구 비율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9.5%로 내년에는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이와 함께 고령 운전자도 자연스럽게 늘게 됐고,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사회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벌어진 역주행 사고는 이런 문제를 시급한 현안으로 끌어왔다. 운전자가 역주행을 하다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한 참혹한 이 사건의 쟁점은 초반에는 '급발진'으로 쏠리는 듯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감식을 통해 운전자 과실로 결론을 내리면서 '68세'라는 운전자의 나이가 이슈로 떠올랐다.

이 사고뿐 아니라 3일에는 70대 택시 운전사가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 앞에 있던 차량으로 돌진해 2명이 다쳤고, 6일에는 서울역 인근에서 8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행인 2명이 다치기도 했다. 9일에는 경기 수원에서 70대 운전자가 역주행 사고를 내 3명이 다쳤다.

고령 운전자는 시력이나 인지능력 등이 저하되면서 각종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감소할 수 있어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통계상에서도 고령 운전자의 사고 비율은 높게 나타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율이 65세 미만 운전자보다 13%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65세 미만 운전자가 낸 사고에서 평균 피해자 수는 1.96명이었고, 65세 이상 운전자 사고는 2.63명으로 피해자 수도 많았다. 또 65세 미만 운전자가 낸 사고의 피해자 중 부상 등급 1∼11급의 중상자와 사망자를 합친 비율은 7.67%였으나,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에서는 중상자와 사망자를 합친 비율이 8.72%였다.

고령 운전자 사고가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고령 운전자에 대한 면허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은 어떤 이들에게는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대중교통이 잘 정비된 도시와는 달리 시골에 거주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고령 운전자라 하더라도 개개인의 운전 능력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률적인 면허 제한 조치는 지나치다.

이 때문에 조건부 면허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다수 국가들은 조건부 면허제를 통해 고령 운전자의 면허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갱신 주기를 단축하면서, 심사로 운전 능력을 점검해 고령 운전자들이 운전을 계속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같은 문제를 고민한 일본의 경우 면허증 자진 반납 제도를 비롯해 고령 운전자 표식, 인지기능 검사, 운전기능 검사, 고령자 강습 등과 함께 '서포트카'를 보급하고 있다. 서포트카는 자동비상제동장치(AEBS)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는 브레이크 페달과 액셀 페달 조작 오류를 일정 정도 보완해 주는 장치를 장착한 차량이다. 일본은 2022년부터 운전면허 반납을 검토하거나 운전 기술이 부족한 운전자에게 서포트카 한정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조건부 면허제의 핵심은 나이가 아닌 운전 능력을 확인하는 절차다. 획일적인 나이로 이동권을 제한하게 되면 반발을 살 수밖에 없고, 실질적인 운전 능력을 평가할 수 없는 기준은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고령자의 이동권과 교통안전 모두 잡을 수 있는 빈틈없는 대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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