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형해화(形骸化)를 노리는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이 노골화되고 있다.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이상인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25일 제출한 것이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절차 진행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틀째 이어진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사퇴 압박으로 일관했다. 방통위를 사람이 없어 제 기능을 못 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계략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의 이진숙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25일에도 신경전을 거듭했다. 낙마를 최우선 목표로 삼은 민주당의 집단 공세와 질의는 치졸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언론사와 인터뷰한 내용인데 기억나지 않느냐"는 식의 질의는 질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비아냥거림이었다.
후보자가 양손에 자료를 들고 질의에 답변한 걸 문제 삼은 것도 황당했다. 민주당 이훈기 위원이 "후보자가 MBC 본부장 재직 시절 '트로이컷'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직원 사찰과 여론 조작이 있었다"고 하자 후보자는 종이 자료를 직접 들어 보여 주며 반박했다. 엉뚱하게도 최민희 위원장은 "피켓 투쟁을 하는 거냐"며 사과를 요구했다. 후보자가 의도한 조롱이라는 주장이었다. 코믹하게 자료를 들어 위원들이 불쾌했고 자신도 놀랐다며 격분했다. 어느 지점이 코믹하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기분이 나빴다니 나쁜 줄 알 수밖에 없는 억지 춘향 격 지적은 입법부의 전횡(專橫)으로 비칠 뿐이다.
희한한 논리는 계속됐다. 인사청문회 후보자가 피켓을 든 선례가 있느냐는 물음만 수차례 반복했다. "있었습니까" "답하세요" "사과하세요"로 이어진 고압적인 말투였다. 항의하는 여당 의원들에게는 "고압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화를 냈다. 후보자가 "자료를 들고 오는 게 위법인지 알지 못한다"고 하자 "모르면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미 방통위원장 두 사람이 민주당의 탄핵 압박 탓에 사임했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판판이 무력화한 것이다. 퇴계 이황이 재림(再臨)해도 탄핵 대상이 될 거라는 풍자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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