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집에 있으면 전기세가 부담돼 여름엔 다 같이 모여 더위를 피합니다."
26일 오후 2시쯤 대구 서구 평리6동 단독주택. 이곳은 구길자(가명·86) 할머니의 집이다. 길자 할머니를 비롯한 7명이 20㎡(6평) 남짓한 비좁은 방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있었다. 이들은 모두 이웃 주민으로, 10년 전부터 길자 할머니 집을 '사랑방'으로 쓰고 있다.
비슷한 시간 서구(중리동 관측)의 기온은 32.5℃까지 치솟았다. 가만히 있어도 등에 땀이 맺혔다. 길자 할머니 아들과 다른 할머니 몇 명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산 중고 에어컨이 있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선풍기로 버틴다. 무더위만큼 전기요금 폭탄도 무섭기 때문이었다.
'대프리카'의 여름이 갈수록 뜨거워지면서 시민들의 여름나기 또한 점점 버거워지고 있다. 이러한 무더위는 특히 저소득·고령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다.
매일신문 기획탐사팀과 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의 오후 연구원이 함께 분석한 결과,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대구에선 서구, 중구, 남구 등 도시 중심부와 농촌인 군위군의 폭염취약성지수(이하 취약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오후 연구원과 원정훈 충북대 안전공학과 교수팀이 지난 2월 한국기후변화학회지에 발표한 '사회불안 지표를 반영한 폭염 취약성 평가'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서구가 취약지수 0.578로 대구에서 1위(전국 47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7월 대구로 편입된 군위군이 0.577로 2위(48위)였다. 이어 중구가 0.575로 3위(52위), 남구가 0.561로 4위(64위)였다.
반면, 수성구의 취약지수는 0.430으로, 대구에서 두 번째로 낮았고 전국에서도 200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취약지수가 가장 낮은 곳은 외곽지인 달성군(0.402)으로, 전국 218위였다.
취약지수는 폭염 노출·민감도·사회불안·적응력 등을 바탕으로 산정했다. 민감도는 도로 면적 비율과 노후주택 비율, 아동·노인 등 취약자 비율을 토대로 개발됐으며, 사회불안은 자살률을, 적응력은 무더위쉼터와 보건소·보건지소 수 등을 반영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폭염을 '자연재난'이 아닌 '사회재난'으로 간주하고, 다양한 사회적 요인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환경안전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지역 내에서 야외근로자, 저소득층 비율이 높은 곳이 폭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공급자 위주로 그늘막이나 무더위쉼터를 설치하는 게 아닌, 실제 취약계층이 이용하기 쉬운 곳에 대피 시설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폭염취약계층에 대한 자세한 현황 파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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