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쟁중인 러시아·이스라엘 "해리스 잘 몰라" 경계

해리스 부상에 러시아, 이스라엘 떨떠름
러시아 "불확실성 더 증가", 이스라엘 "휴전은 없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아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조기 종식을 촉구하고, 가자지구 민간인 사망과 열악한 인도적 상황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아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조기 종식을 촉구하고, 가자지구 민간인 사망과 열악한 인도적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떠오르면서 러시아와 이스라엘 등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오랜 정치 경력을 바탕으로 외교 분야에서 깊은 식견을 보여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달리 해리스는 외교 경력이 일천한 탓에 러시아와 이스라엘 등을 자극할만한 발언을 내놓아서다.

◆러시아 "불확실성 더 늘어나"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러시아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것을 기대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을 유리하게 이끄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크렘린궁은 믿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재선에 성공하면 우크라이나전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고 발언, 우크라이나에 항복을 강요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최근엔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과 그의 협상 능력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지만, 러시아 내에선 그의 재집권 후 미·러 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도 크다.

게다가 오랜 정치 경력을 보유한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트럼프 대신 '차선'으로 여겼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떠오르면서 경계의 눈초리로 바뀌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동안 외교정책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전을 "야만적이고 비인도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선되더라도 반(反) 러시아 정책을 취할지는 알 수 없지만 러시아에 결코 유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정치 컨설턴트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해리스 부통령이 이긴다면 크렌린궁에 큰 실망이 될 것"이라며 "(해리스 부통령은) 러시아에서 '자유주의 테러리스트', '자유주의 독재자'라 부르는 사람들을 대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전쟁을 끝내는 게 매우 어려울 것이다. 모든 창문이 닫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교 정책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수준의 군사·재정 지원을 하긴 했지만 높이 평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냉전 시대를 경험한 덕분에 러시아와 직접적인 적대 행위를 유발하지 않는 예측 가능한 인물로 보고 있다. 또 러시아가 대규모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해리스 부통령은 러시아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크렘린궁과 관련된 정치 전문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하면 '딥스테이트'(deep state·막후에서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숨은 기득권 세력)가 국정을 주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크렘린궁은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내 선전가들은 해리스 부통령을 폄하했다. 러시아 고위 외교관과 가까운 한 러시아 학자는 "해리스 부통령에게서 좋은 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녀가 딥스테이트의 인질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불확실성이 줄어들기보다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해리스 발언, 인질 거래 위태롭게 만들어"

이스라엘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휴전을 요구한 탓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조기 종식을 촉구하고,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와 회동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안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쟁이 종식되어야 할 때"라며 "모든 인질이 석방되어야 하며,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은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익명의 이스라엘 당국자는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이 가자지구에 붙잡혀있는 인질들을 풀어줄 잠재적 거래를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이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이견을 노출한 것으로 하마스가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이 당국자가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발언에 대해 이스라엘의 극우 성향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도 비난에 동참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휴전은 없을 것입니다. 후보님(Madam Candidate)"이라는 글을 올렸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도 해리스 부통령 비판에 동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 있는 마러라고 자택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면담한 뒤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내 생각에 그녀의 발언은 무례했다. 이스라엘에 관한 그 말은 별로 좋지 않다"면서 "나는 사실 유대인이 어떻게 그녀에게 표를 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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