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 ‘3무(無) 정치’에 빠진 ‘이재명의 민주당’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었는데도 정당 지지율은 외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크게 앞서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지표조사(NBS, 7월 22~24일)에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2주 전에 비해 6%포인트(p) 오른 36%였고, 민주당은 2%p 하락한 25%였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11%p로 크게 벌어졌다. 한국갤럽 조사(7월 23~25일)에서도 국민의힘(35%)이 민주당(27%)보다 8%p 앞섰다.

리얼미터 조사(7월 18~19일) 결과 국민의힘 42.1%, 민주당 33.2%로 양당의 격차는 8.9%p였다. 모두 오차 범위를 크게 벗어난 수치다. 지난 7월 23일에 끝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후보들 간 비방과 폭로로 '자폭 전당대회'라고 불릴 정도로 거센 비판이 제기되었는데 오히려 민주당 지지도는 하락하고 국힘 지지도는 상승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일각에선 국힘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라고 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민주당이 '3무 정치'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민주는 없고 이재명 사당화만 있다. 신임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민주당 8·18 전당대회가 지역 순회 경선을 치르고 있다. 연임에 도전하는 이재명 후보의 누적 득표율이 90%에 이르면서 사실상 '이재명 대표 추대식'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981년 2월 대통령 선거에서 전두환이 90.1%로 당선되었는데 선거에서 '90% 득표'는 독재국가에서만 가능한 수치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에서 '이재명은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말이 버젓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 품격은 사라지고, 오직 '이재명의 민주당'이 존재할 뿐이다. 다양성과 역동성이 사라진 1인 사당화된 더불어민주당에는 더불어도 없고 민주도 없다. 오직 '나 홀로 이재명'만 있다.

둘째, 민생은 없고 탄핵만 있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6월 이미 두 차례 탄핵 카드를 꺼내 들어 방통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야기했던 민주당은 헌법과 국회법을 무시하면서 방통위원장 대행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이 소속 의원(170명) 전원 서명으로 법률상 명시적 규정도 없는 직무대행에 대해 '무법 탄핵'을 시도한 것은 헌정사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방통위의 기능을 정지시켜 자신들이 그동안 구축한 '진보 이권 카르텔'의 상징인 MBC 경영진 교체를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회 법사위에선 위법 논란을 뭉개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강행했다. 국민 청원을 이유로 정략적 청문회를 연 것도 헌정사상 처음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자기 마음대로 회의를 진행하고 증인을 조롱하고 동료 의원에게까지 막말과 독설을 퍼부은 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이 보여준 반의회주의적이고 저질적 행태는 여론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중도층의 이탈을 심화시키고 있다.

2분기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민생이 어려운데 노골적으로 탄핵을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행위다. 더구나 민생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묻지 마 탄핵'은 이재명 후보가 그토록 강조하는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셋째, 민심은 없고 개딸(팬덤)만 있다. 당원들이 보여 주는 열정과 참여는 당을 결속시키는 유용한 방식이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의 적대의 감정은 '정서적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민주당 지도부는 비전과 소신을 갖고 팬덤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개딸 눈치 보기에 바쁘다.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강성 지지층을 향한 구애와 선동에 함몰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협치는 사라지고 정치는 실종되었다.

여하튼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 이재명 일극 체제, 탄핵, 개딸에만 전념하면서 국민 눈치를 전혀 보지 않은 것이 지지도 하락의 핵심 요인이다. 서서히 일어나는 중요한 변화에 반응하지 않고 무능하고 무관심한 사람들을 은유할 때 '끓는 물 속 개구리'라는 말이 사용된다.

개구리가 점점 따뜻해져 끓게 되는 뜨거운 물에 들어가게 되면 위험한 줄 모르고 있다가 죽게 된다. 민주당은 당장 '끓는 물 속 개구리' 같은 어리석은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당이 이제라도 '민주, 민생, 민심'의 '3민(民) 정신'을 받들어야 지지도를 회복하고 수권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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