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하 하나대체)이 부동산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에 투자한 뒤 해당 땅에 간접적으로 알박기 행태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뚜렷한 실익이 없음에도 특정 업체의 고금리 대출 실행을 눈감고 땅 일부분의 소유권이 이전될 위기에도 손을 놓고 있다는 것.
◆부동산 개발 사업에 펀드 조성하고 자산관리까지 해
지난 5월 한 특수목적법인(SPC)은 하나금융지주 감사위원회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부동산 알박기 행위 등 금지'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해당 자리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42 일원의 한 필지이다.
한강로2가 42 일원은 에이치디홀딩스리미티드(HD홀딩스)가 지난 2021년 12월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코너스톤에이치피에프브이를 통해 매입, 업무복합시설 건립을 추진한 곳이다. 건설사업을 위해 코너스톤에이치피에프브이는 브릿지론을 실행해 특수목적법인(SPC)로부터 총 1천9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해당 사업의 주요 대주 가운데 한 곳이 바로 하나대체였다.
하나대체는 코너스톤에치이피에프브이의 출자자이면서 사업의 자산관리회사(AMC) 및 자금을 대여한 대주로 파악됐다. 코너스톤에이치디피에프브이의 올 4월 12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해당 회사의 자본 및 자산의 관리, 운용 및 처분에 관한 업무를 위탁 받았다.
무난히 사업이 진행될 것 같았지만 코너스톤에이치피에프브이가 대출약정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10월 기한이익상실(EOD) 요건이 발동됐다. 이후 대주이자 우선수익권자들인 SPC는 사업 부지에 대한 공매 절차를 요청했고, 코너스톤에이치피에프브이는 공매 절차를 진행, 총 3필지의 사업부지 중 2필지는 낙찰자들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문제는 공매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업이 진행되던 한강대로 부지는 3필지로 나눠져 있는데, 공매로 낙찰된 2필지를 제외한 1필지는 사업부지 정중앙에 작게 자리 잡은 국유지였다.
당초 코너스톤에이치피에프브이는 자금 문제로 계약만 체결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해당 부지를 매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2023년 7월 해당 부지 매매 계약을 체결하며 그해 12월 11일을 잔금 납부 기한으로 했지만 10월에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하면서 잔금을 치르지 못했다.
◆하나대체, 국유지 매입에 15% 이자 대출 받아도 '모른척'
사업부지의 공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코너스톤에이치피에프브이는 소유권이 없는 국유지를 최종 매입하기 위해 올 5월 16일 새로운 곳과 약 9억원을 대출 약정서를 체결했다. 그것도 연 15%의 다소 높은 금리였다. 앞서 SPC로부터 대출 받을 당시 금리가 7~10% 였던 것과 비교하면 최대 8%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이를 두고 SPC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기존 대출금도 못갚아서 필지가 공매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토지 매입 잔금 9억원이 없다면 매입을 중단하는 것이 상식이다"라며 "잔금 납일일이 한참이 지난 뒤에 뒤늦게 단 2개월 대출을 위해 15%나 되는 금리로 담보까지 설정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나대체 측은 "15%는 법정한도 내 금리이다"라며 "다른 사업장에서는 더 높은 금리도 존재한다. 특별히 높은 금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코너스톤에이치피에프브이가 대출약정을 체결한 A 업체는 하나대체가 운용하는 블라인드펀드 수익권자인 시행사 B사의 특수관계사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출 약정에서 담보로 아직 소유권을 획득하지 않은 한강로2가 38-2 토지를 약속한 것이다. A업체를 1순위 근저당권자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도록했다.
특히 기한이익상실될 경우 1영업일 이내에 담보대상부동산의 소유권을 대주에게 이전하기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신청하도록 하는 조건도 달렸다.
코너스톤에이치디피에프브이가 당초 투자자들의 동의도 없이 추가 대출을 받으며 국유지를 매입한 행동에 대해 하나대체 관계자는 "국유지 매입은 펀드 투자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고, PFV 주주들의 동의만 있으면 된다"라며 "이번 국유지 매입은 PFV의 전체 동의를 얻어 결정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미 부실 PF로 판명이 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추가 기한이익상실 발생은 불 보듯 뻔했다.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할 경우 A 업체는 해당 부지를 얻게 되고 그 어떤 사업자보다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올 7월 17일 A업체는 곧바로 코너스톤에이치디피에프브이에 기한이익상실을 통지했다. 대출 계약 체결일(5월 16일) 이후 두달만이다. 당장 해당 부지가 기존 건설 사업과 무관한 A 업체로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일부 우선수익권자들은 추가 피해를 감수하며 A에 대위변제까지 나섰다.
우선수익권자들은 이 모든 과정에서 자산 운용과 관리 등을 맡은 하나대체가 '모르쇠'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9억 땅이 10배로? 알박기 논란 수면위로
코너스토에이치디피에프브이가 추진해왔던 부동산 개발은 관할 구청인 용산구로부터 건축허가까지 완료한 사업이다. 개발만 완료되면 수익이 예상되는 곳이어서 초기 SPC는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부지가 공매가 되면서 필지가 쪼개졌고 부지 한 가운데 약 24㎡의 국유지가 엉뚱한 A 업체로 소유권이 넘어갈 위기에 쳐한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형적인 '알박기' 행태다. SPC의 우선수익권자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선수익권자들은 해당 부동산 개발 계획에 투자자로서 내용도 잘 알고 있었을 하나대체가 국유지 매매가 정해진 기간에 완료 되지 않았다는 점을 제때 알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 관계자는 "A업체 입장에서는 9억원 대출해주고 두 달 뒤에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하면 소유권을 넘겨 받은 뒤 전체 필지 개발자에게 몇 배 더 높게 팔아치울 수 있는 것"이라며 "들리는 소문에는 앞서 공매로 입찰 받은 곳에 10배를 달라는 얘기를 한다더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알박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하나대체가 모르쇠 자세를 고치고 각 이해당사자들을 만나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하나대체는 하나금융지주의 계열사이다. 당연히 금융기관으로서의 도덕적 책무가 있다"라며 "개발 사업의 투자자이면서 자산관리 업무까지 맡았다면 알박기 논란이 없도록 처음부터 좀 더 신경을 써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대체 관계자는 "아직 A업체로 부지가 넘어간 것은 아니다. 부지를 넘기는 문제는 하나대체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고 PFV 의결 등이 필요하다"라며 "각각의 이해관계자가 보기에는 서로 알박기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협상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