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밤 11시에 30도, 실화?" 대구 연속 9일째 열대야…도심 피서지 '북적북적'

팔공산 야영장·피크닉 명소 인산인해
대구 열대야 일수, 지난해 대비 4배 증가
"물·이온음료 등 수분섭취 늘려야"

대구·경북 대부분의 지역에 열대야 현상이 관측된 지난 27일 밤 달서구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 잔디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대구·경북 대부분의 지역에 열대야 현상이 관측된 지난 27일 밤 달서구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 잔디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이번주 내내 대구지역 낮 최고기온이 33~37℃를 기록하며 폭염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경북 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밤사이 기온이 25℃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가 연속 9일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밤에도 푹푹 찌는 '가마솥 더위'에 잠 못 이룬 시민들은 열대야를 극복하기 위해 저마다 '도심 피서지'를 찾아 나섰다.

지난 29일 일요일 오후 9시쯤 찾은 대구 팔공산국립공원 도학야영장.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르고 밤새 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난 날이다. 캠핑을 위해 마련된 29면의 사이트는 빈 곳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텐트와 차량이 빽빽이 들어섰다.

지난 29일 오후 9시쯤 찾은 대구 팔공산국립공원 도학야영장. 후덥지근한 초열대야 무더위를 피해 찾은 야영장을 찾은 방문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사이트 곳곳에 텐트와 차량이 들어서있다. 김유진 기자
지난 29일 오후 9시쯤 찾은 대구 팔공산국립공원 도학야영장. 후덥지근한 초열대야 무더위를 피해 찾은 야영장을 찾은 방문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사이트 곳곳에 텐트와 차량이 들어서있다. 김유진 기자

가족, 친구들과 함께 야영장을 찾은 시민들은 시원한 자연 바람이 부는 팔공산에서 한주의 끝자락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부부 동반 모임으로 캠핑장에 왔다는 한상천(66) 씨는 "캠핑장을 둘러싼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릴 정도로 차다"며 "지대도 높고 나무도 많아서 기온이 도심보다 체감 3~4도 낮아서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캠핑장 입구 인근에는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해 길가에 돗자리만 깔고 누워 있는 피서객의 모습도 보였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운동으로 열대야를 나는 시민들도 있었다. 같은 날 오후 10시 30분 쯤 찾은 수성못 일원에는 땀에 흠뻑 젖은 러닝족과 빠른 걸음으로 산책을 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찾은 가족 단위 피서객들로 늦은 밤까지 붐볐다. 산책로를 따라 간간이 맨발 걷기를 하는 고령층도 눈에 띄었다.

29일 오후 10시 30분쯤 수성못 일대에 찾은 시민들이 러닝과 산책을 하며 열대야에 맞서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간간이 맨발 걷기를 하는 고령층도 눈에 띄었다. 김유진 기자
29일 오후 10시 30분쯤 수성못 일대에 찾은 시민들이 러닝과 산책을 하며 열대야에 맞서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간간이 맨발 걷기를 하는 고령층도 눈에 띄었다. 김유진 기자

여름에도 매주 수성못에서 러닝을 한다는 직장인 박모(34) 씨는 "여름에는 평소에 달리는 속도보다 페이스를 낮추고 그나마 열기가 가시는 밤에 러닝을 한다"며 "땀을 뻘뻘 흘렸다가 샤워하면 훨씬 상쾌하고 일상에 적당한 활력소가 된다"고 말했다. 수성못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던 여대생 김모(24) 씨는 "산책을 즐겨하는 편인데 수성못이 물가여서 그런지 다른 곳보다 열기가 훨씬 덜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대구 시민들의 피크닉 성지로 불리는 달서구 두류공원 일대도 늦은 시간까지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자정쯤 방문한 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 잔디밭. 이른 저녁 시간대에 비해서는 밀집도가 낮았지만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도 돗자리에 앉아 자리를 지키는 시민들이 몇몇 보였다.

대학 동기들과 함께 왔다는 이재환(25) 씨는 "잔디밭도 넓게 트여있고 나무그늘이 많아서 밤에 찾아오기 좋다"며 "초저녁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데 지금은 좀 한산해서 여유롭게 놀다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기준 올해 대구 열대야 일수는 지난해보다 약 4배가량 증가했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9일까지 열대야가 총 13일 발생했다. 지난해는 7월에 3일, 8월에 8일 발생해 총 11일이라 8월이 되기도 전에 지난해 열대야 일수를 뛰어넘은 것이다. 기상청 1개월 전망에 따르면 다음달 5일부터 2주간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60%에 달해 앞으로 폭염·열대야 기세는 더 심해질 수 있다.

김정호 영남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는 "온열질환을 대비하기 위해 평소보다 물이나 이온음료 섭취량을 늘리고 자주 그늘진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술은 가능한 마시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9일 자정쯤 방문한 두류공원 일대.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돗자리에 앉아 자리를 지키는 시민들이 몇몇 보였다. 옹기종기 모여 게임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 김유진 기자
지난 29일 자정쯤 방문한 두류공원 일대.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돗자리에 앉아 자리를 지키는 시민들이 몇몇 보였다. 옹기종기 모여 게임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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