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정민 기자의 봉주르, 파리] 선수들의 건강 지킴이, 대구보건대 출신 의무 트레이너들

물리치료학과 동문 신경현, 김영현, 최승일 씨 활약 중
기계체조(신), 태권도(김), 수영(최)에서 트레이너 역할
선수들이 믿고 자산인 몸 맡길 때 책임감과 보람 커져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의 의무 트레이너로 활약 중인 대구보건대 물리치료학과 출신 3인방 신경현, 김영현, 최승일 씨(왼쪽부터). 이들이 뒤에서 묵묵히 지원한 덕분에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다. 김영현 트레이너 제공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의 의무 트레이너로 활약 중인 대구보건대 물리치료학과 출신 3인방 신경현, 김영현, 최승일 씨(왼쪽부터). 이들이 뒤에서 묵묵히 지원한 덕분에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다. 김영현 트레이너 제공

"우리가 빛나지 않아도 좋아요. 선수들이 부상을 딛고 서는 모습을 보면 행복합니다."

올림픽 무대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 선수들이다. 이들이 흘리는 땀과 눈물은 지켜보는 이들을 웃기고 울린다. 하지만 선수들의 혼자 그런 자리에 선 건 아니다. 뒤에서 묵묵히 그들을 지원해주는 이들이 있어 더 큰 힘을 낸다. 대표팀의 트레이너들도 그런 존재다.

선수의 몸 상태를 살피며 마사지를 해주고 있는 김영현 트레이너. 본인 제공
선수의 몸 상태를 살피며 마사지를 해주고 있는 김영현 트레이너. 본인 제공

간단히 말하면 트레이너는 기본 훈련 담당 코칭스태프. 종목별 연맹, 협회 등은 트레이너 선발 자격 요건을 '물리치료사 국가면허 소지자' 등으로 제한했다. 국가대표팀도 마찬가지. 2024 파리 올림픽 대표팀에는 대구보건대 물리치료학과 동문들이 의무 트레이너로 합류, 눈길을 끈다. 신경환(33), 김영현(37), 최승일(35) 씨가 그들이다.

대구보건대 물리치료학과는 1975년 문을 열었다. 관련 학과로는 대구경북 권역에서 처음 개설됐다. 역사가 오래 되고 교육 환경이 좋다 보니 우수한 인력도 많이 배출했다. 취업이 잘 돼 대학 졸업 후 다시 이곳을 찾는, '학력 유턴' 현상도 많이 보이는 학과다. 체대 출신인 김영현, 최승일 트레이너도 같은 경우다.

파리 올림픽에 나선 한국 기계체조 대표팀의 관리를 맡고 있는 신경환 트레이너. 본인 제공
파리 올림픽에 나선 한국 기계체조 대표팀의 관리를 맡고 있는 신경환 트레이너. 본인 제공

신경환 트레이너는 기계체조 선수들의 관리를 맡고 있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꾸준히 확인하고 정신적으로도 흔들리지 않도록 챙긴다. 그가 계속 마음에 걸리는 건 부상으로 낙마한 김한솔. 파리 출국을 이틀 앞두고 김한솔은 훈련 도중 십자인대가 파열돼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신 트레이너는 "우린 돋보이는 직업이 아니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꼭 필요한 직업이다. 누구보다 선수들의 몸 상태에 대해 잘 안다. 그들이 믿고 의지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선수들이 부상을 딛고 경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런 마음 덕분에 6년 가까이 선수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몸 관리를 맡은 태권도 대표팀 선수들과 기념 사진을 찍는 김영현 트레이너(오른쪽). 본인 제공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몸 관리를 맡은 태권도 대표팀 선수들과 기념 사진을 찍는 김영현 트레이너(오른쪽). 본인 제공

해외에서 일을 하는 게 쉽진 않을 터. 하지만 태권도 선수들을 챙기는 김영현 트레이너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 어려운 점은 없었다는 게 그의 말. 진천선수촌의 요리사들이 함께 와 한식 도시락을 지원하는 등 좋은 환경에서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다만 해외에서 합숙하다 보니 24시간이 업무시간인 건 다소 힘든 부분. 김 트레이너는 "여기선 '나'보다 '팀'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개인 시간보다는 팀 업무가 먼저다. 선수들의 부상 관리와 체력 유지에 만전을 기한다"며 "팀을 위해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나 스스로도 성장하는 걸 느낀다"고 했다.

한국 대표팀 수영 선수들을 챙기는 최승일 트레이너와 수영
한국 대표팀 수영 선수들을 챙기는 최승일 트레이너와 수영 '황금세대'의 주축인 김우민(왼쪽), 황선우(오른쪽). 본인 제공

한국 수영은 황선우, 김우민 등이 등장하며 '황금 세대'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들의 뒤엔 최승일 트레이너가 있다. 최 트레이너는 "운동 프로그램을 짤 때도 선수들에게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이해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며 "만성적인 부상이라면 통증을 가라앉히고 갑자기 다친 경우는 응급 처치 후 만성적인 부상이 되지 않게 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들 셋이 입을 모아 말하는 건 일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 선수들이 자신의 가장 큰 자산인 몸을 맡기고 의지할 때 그런 마음이 더 커진단다. 묵묵히 선수들을 지원하는 조연 역할을 자처할 수 있는 데는 그런 생각과 보람이 있어서다.

일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재미는 없을까. 다들 웃으며 입을 다시 모았다. "TV에서 보던 스포츠 스타들과 소통하며 지낼 수 있죠. 선수촌 식당에서 그들과 인사하며 같이 밥을 먹는 것도 즐거운 경험입니다. 사우나도 같이 갑니다." 파리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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