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폭염 속에 여야 정치권이 닷새째 소모적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위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정국을 이어가면서 국민 피로감이 극대치로 치솟고 심각한 정치 혐오 현상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급한 민생경제 현안을 뒤로한 채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사생결단식 공방은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수행하는 대의제 정치 시스템이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을 급속도로 확산시키는 중이다.
필리버스터가 끝난 뒤 야권의 법안 강행 처리 이후에도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와 재표결이라는 '도돌이표' 정쟁이 남아 있는 점 역시 국회를 향한 실망을 가중시킨다.
더욱이 야권이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추가로 강행 처리할 방침이어서 무한 정쟁의 고리가 언제 종료될지 기약조차 없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뒤 여야는 29일 현재 닷새째 '방송 4법'을 두고 소모적인 무제한 토론을 계속하고 있다.
방송 4법은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변경하는 내용, 공영방송 이사 수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방송 4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으로 규정한 반면 민주당은 권력의 언론 통제를 차단하는 '언론 정상화 4법'이라며 맞서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방송 4법 중 방통위법과 방송법, 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을 필리버스터 종료와 함께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상정된 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30일 오전 필리버스터가 종결되면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 상정 ▷필리버스터 ▷야당의 강제 종결 ▷야당 단독 법안 처리가 반복된 5박 6일의 방송 4법 필리버스터 정국은 이로써 일단 마무리된다. 이후에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국회 재표결로 이어지고 최종 폐기되는 일이 반복될 전망이다.
하자민 이 같은 악순환은 다음 달 1일 되풀이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때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다시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는 정치권의 헛된 힘쓰기가 반복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덮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 강화에만 혈안이 된 거대 야당이나, 실효성 없이 소모적인 필리버스터만 반복하는 여당이나, 국민으로부터 좋은 시선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입법의 지원 없이는 정부의 과감한 정책 추진도 어려운데 정쟁에 빠진 여야는 한국 사회를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다"면서 "민생에서 괴리된 채 당의 유불리만 계산하는 정치는 국민의 거센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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