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과 사실상 민주당 후보를 예약한 카멀라 해리스(59) 부통령 간 박빙 승부로 결정날 전망이다.
건강 이상설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민주당은 해리스가 기대 이상의 정치력을 선보이며 연착륙에 성공, 승리의 기대감도 한껏 올리고 있다. 피습 사건을 계기로 대선판을 주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로 공식 지명 받아 재집권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 공화당은 결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를 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일신문은 미국 대선의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두 후보의 한반도 및 러시아·중국·EU(유럽연합) 정책의 차이점 등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모든 게 다른 두 후보
해리스 부통령이 등장하면서 선거 구도가 크게 바뀌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나이, 성별, 인종, 출신 등 대부분의 면에서 뚜렷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두 사람은 20살 가까이 차이가 난다. 바이든(81) 대통령의 나이를 공격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과 비교되면서 '고령'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늙은 남성 대 남성의 대결로 싱겁게(?) 끝날 선거가 성 대결로 전환됐다. 해리스 부통령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8년 만에 남녀대결이 성사됐다. 지난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선에서 맞붙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정부에서 낙태 권리문제와 관련해 전면에서 대(對)트럼프 공격수 역할을 해왔다. 대선에서 낙태 전선이 더 선명해질 공산이 커졌다. 낙태 문제는 민주당 및 진보 진영을 결집할 수 있는 핵심 이슈다.
유색인종 대 백인이라는 뚜렷한 차이점도 드러난다. 해리스 부통령이 최초의 여성 아프리카계 및 아시아계 후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와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둘 다 백인이라는 점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인종적 배경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였던 이유 중 하나는 흑인, 히스패닉 등 유색 인종의 지지가 2020년보다 줄었기 때문이었다.
검사 대 피의자 구도도 흥미롭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차례 형사 기소됐고,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과 대비된다.
정책도 보수 대 진보간 대결 구도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 공화당이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바이든 조력자"라면서 공격을 시작한 것도 이런 유사성을 부각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모든 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탓에 뚜렷한 차이가 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노년층과 백인 남성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고, 해리스는 청년층과 유색인종의 지지를 얻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던 백인 남성들이 대거 공화당 지지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인해 저학력 백인 남성들이 주류인 러스트 벨트에서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트럼프 캠프 측은 판단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청년층과 흑인,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표심이 민주당으로 기울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에겐 '인색'했던 이들 유권자층이 해리스 부통령에게는 더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경합주, 누가 이기나
승부처는 경합주다.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 벨트(rust belt·미국 오대호 인근의 쇠락한 공업지대)의 민심을 누가 가져오느냐에 승부가 걸려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스트 벨트인 오하이오의 '흙수저' 출신 J.D.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낙점한 것도 러스트 벨트의 중산층 이하 백인 유권자들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노조의 파업 시위대열에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 동참한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를 계승한 '친노조'를 앞세워 러스트 벨트 노동자들을 공략한다.
러스트 벨트는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하지만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이 되찾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러스트 벨트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가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합주를 두고 두 사람 간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여론조사기관 모닝 컨설트와 함께 실시한 7개 경합주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7개 주 가운데 4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우위를 보였다.
미시간주에서 해리스 부통령 52%로 트럼프 전 대통령 42%보다 11%포인트(p)나 앞섰고, 애리조나와 위스콘신, 네바다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각각 2%p 차이로 제쳤다. 조지아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동률을 이뤘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이 발생한 펜실베이니아주에서 4%p,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2%p 뒤졌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등록 유권자 4천97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앞서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과 에머슨대가 공동으로 실시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공개한 5개 경합주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근소하게 앞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49% 대 44%), 조지아(48 대 46), 미시간(46 대 45), 펜실베이니아(48 대 46)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앞섰다. 위스콘신주에서는 두 사람 모두 47%의 지지를 얻으며 동률을 이뤘다.
두 결과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이 사실상 민주당 후보로 지명된 후 상승세를 타는 게 경합주 지지율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규 국제학연구소장(계명대 미국학과 교수)은 "미국도 진영의 결집이나 극단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현재의 지지율로 미 대선 승부를 예측하기는 이르다. 3개월 이상 선거운동 기간에 너무도 많은 변수가 돌출될 수 있어 실수를 어느 쪽이 적게 하느냐도 관전포인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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