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체육고등학교에 다니는 16살 여고생이 일을 냈다. 한국 사격 대표팀 역대 최연소 선수이기도 한 반효진이 한국 역대 하계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반효진은 29일(한국 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수확, 역대 하계 올림픽 금메달 99개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반효진이 한국에 100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또 251.8점의 성적으로 이 종목 올림픽 결선 신기록까지 수립했다.

반효진의 금메달은 이번 대회 사격 대표팀의 4번째 메달. 대회 첫날인 27일 공기소총 10m 혼성에서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 조가 은메달을 건져올린 데 이어 28일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는 오예진(IBK기업은행)과 김예지(임실군청)가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가져왔다.
반효진은 또 한국 사격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영예도 안았다. 금메달을 목에 건 29일은 반효진이 만 16세 10개월 18일째 되는 날. 이전까지 최연소 메달리스트 기록은 2000 시드니 올림픽 때 이 종목에 출전했던 강초현(당시 만 17세 11개월 4일)이 갖고 있었다.

반효진은 타고난 천재성과 성실함을 겸비한 선수란 평가를 받는다. 2020 도쿄 올림픽이 열린 2021년에야 처음 사격을 시작, 경력이 3년밖에 되지 않는데도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사격 대표팀뿐 아니라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단 전체를 통틀어서도 반효진이 가장 어리다.
반효진은 전날 본선에서 60발 합계 634.5점을 쏴 전체 1위로 본선을 통과하며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자네트 헤그 뒤스타드(노르웨이)가 2020 도쿄 올림픽 때 쓴 올림픽 기록(632.9점)을 뛰어넘어 올림픽 본선 신기록도 세웠다.

결선은 8명의 선수가 먼저 10발씩 쏜 뒤 2발씩 사격해 합계 점수가 가장 낮은 선수가 1명씩 탈락하는 '엘리미네이션 시리즈'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기 초반부터 반효진은 공기소총 혼성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황위팅(중국)과 선두 경쟁을 벌였다. 10발 사격을 마쳤을 때 반효진은 104.8점으로 2위를 달렸다.
2발씩 쏘고 탈락자를 가리는 엘리미네이션 시리즈는 긴장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방식. 하지만 '강심장' 반효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13발째 사격에선 10.9점 만점을 기록하며 선두 황위팅에 0.5점 차로 따라붙었다. 16번째 사격에선 또 한 번 10.9 만점을 쏘며 0.1점 차로 역전에 성공했다.

19번째 발에서 황위팅에게 동점을 허용했지만, 20번째 발에서 또 0.1점 차로 달아났다. 황위팅이 흔들리며 22발째 사격 후엔 1.3점으로 격차를 더 벌렸다. 하지만 23, 24번째 발에서 반효진이 삐끗해 다시 동점이 됐다. 슛오프까지 간 반효진은 다시 10.4점을 쏴 10.3점에 머문 황위팅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파리에서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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