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야권이 밀어붙이는 '방송 4법' 가운데 세 번째 법안인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방송 4법' 중 첫 번째 법안인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개정안을 지난 26일 야당 주도로 통과시킨 이래 속사포(速射砲)처럼 두 번째 법안인 '방송법' 개정안과 세 번째 법안까지 통과시킨 것이다. 야권은 방송 4법 가운데 마지막 남은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도 같은 방식(▷야권 법안 상정 ▷필리버스터 종료 ▷야당 단독 처리)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여당과 합의·타협을 외면하고 의석 숫자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방송 4법 개정안은 KBS, MBC, EBS의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 단체에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겉으로는 방통위가 독식해 온 공영방송 이사 추천 권한을 시청자·기자·프로듀서(PD) 등 유관 기관 및 단체로 확대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실제는 현재 민주당 편파적(偏頗的)인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법률 개정안이 발효될 경우, 새로 구성되는 방통위에 야권과 언론노조 추천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권에 따라 방송이 휘둘리는 것을 막자'는 취지(趣旨)라고 주장하지만, 내막(內幕)을 보면 '정권에 관계없이 민주당이 공영방송을 계속 장악하겠다'는 속셈이 숨어 있다.
지난해 21대 국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들 법안이 폐기(廢棄)된 바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여당과 협의해 보완하기는커녕 '방송통신위원회법'까지 추가해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두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고,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 재표결에서도 부결된 '해병대원 특검법'도 다시 밀어붙이겠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다. 이재명 전 대표의 4·10 총선 공약인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까지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4·10 '총선 승리'가 민심이라면, 국민의힘의 지난해 '대선 승리' 역시 민심이다. 각기 다른 '국민의 뜻'으로 여야(與野)가 충돌(衝突)하고 있다면 협의와 타협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타협을 거부하고, 오직 힘만 앞세운다. 입법권과 행정권이 헛바퀴를 도는 작금의 마비(痲痹) 상태는 국회를 장악하고 타협을 거부한 채 독주하는 민주당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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