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미술관은 대구경북의 첫 사립 미술관이다. 2004년 영천시 화산면의 폐교된 초등학교를 활용해 전시장으로 운영을 시작한 미술관은 작년에 개관 20주년을 맞아 기념 전시 '타불라 라사: 하얀 방'을 개최하기도 했다.
시골 마을에 위치한 사립 미술관이 20년간 활발히 운영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지역 내 문화 공간의 부족함으로 인한 지역민의 미술관에 대한 갈증도 있었겠지만 쉼 없이 굵직한 기획 전시와 마을 미술 프로젝트, 풍성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기관을 이끌어온 시안미술관의 부단한 노력 때문일 것이다.
시안미술관에서 현재 진행 중인 전시 'AnyWay'에서는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3인의 청년작가 김채연, 류은미, 이이영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입구, 관람객에게 길을 안내하듯 천장까지 쌓여있는 박스는 김채연 작가의 작품이다. 일상 속 다양한 감정 중 우울함을 대변하는 캐릭터 '우기'로 작업을 이어나가는 김채연 작가는 미디어, 평면, 입체, 설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과 만나왔다. 우울함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친근한 캐릭터로 시각화하고 캐릭터가 살아가는 세계관을 다양한 매체로 공유하는 것을 통해 입체적인 모습으로 관람객에게 다가간다.
2층 전시실에 마련된 관람객 참여 공간에서는 벽면을 뒤덮은 작가의 드로잉을 만나볼 수 있는데, 입구에서 받은 색깔 스티커를 벽면에 붙여 채우는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전시에 직접 참여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청년 작가의 전시답게 관람객에게 더욱 친절하게 가까이 다가서는 디스플레이 방식이 돋보인다. 이처럼 관람객을 전시에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는 관객 참여형 전시는 이미 많은 전시들에서 시도됐지만 작지 않은 규모의 전시장에 디지털 이미지 출력과 같은 간편한 방식이 아닌 리얼한 핸드 페인팅으로 작가가 직접 모든 벽면을 채웠다는 점이 놀랍다. 드로잉의 규모와 작품을 함께 완성한다는 기대감으로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에게 특별한 기억이 될법한 공간이다.
그 외에도 '언어'의 역할에 주목해 텍스트를 매체로 작업하는 작가 류은미의 작품, 주변의 풍경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기록하는 작가 이이영의 작품들은 모두 일상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교집합을 이룬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 매일 내뱉고 흡수하는 언어, 지나치는 풍경과 같은 일상의 것들을 통해 전시는 도시의 소란 속에서 진정 내가 나아가야 하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해 보길 제안한다. 전시의 제목처럼 Any way, 어떤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시안미술관은 이처럼 지역 작가 지원과 발굴이라는 지역 미술관의 사명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 전시들을 살펴보더라도 연령대에 제한 없이 수많은 지역 작가들을 초대해 전시를 개최해온 것을 알 수 있다. 관람객에게 좋은 전시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작가에게 발전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 또한 미술관의 역할이기에, 시안미술관을 통해 소개될 작가와 시안미술관을 거쳐 성장할 그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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