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서문시장이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한다. 올해 초부터 화재탐지설비가 오작동하고 있는데 보수(補修)에 들일 예산이 없어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예산 마련에 나섰다고는 하나 중앙정부의 심사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말썽을 일으킨 장치는 2019년 대구 중구청 주도로 설치된 자동 화재탐지설비 복합식 수신기다. 올 2월부터 감지기 오작동으로 경보음이 잦아지면서 무용지물 상태다. 양치기 소년처럼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경보음이 계속 울리니 경보기를 차단한 탓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대처다. 실제 화재가 발생하면 경보음이 들리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불안하게 여긴 서문시장 상인연합회가 보수 요청을 거듭했다고 한다. 그런데 대구시와 중구청의 대책은 너무 안이하다. 중앙정부 부처의 심의 등을 거쳐 예산을 받아 집행한다는 것부터 그렇다. 이마저도 기관 심사를 거쳐 선정되기에 예산 배정 확답도 못 받았다고 한다.
방재 시설 마련의 최우선 원칙은 시급성(時急性)이다. 한시바삐 해결해야 할 과제를 특별교부세에 기대 손본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서문시장의 대형 화재는 오랜 상흔을 남긴 기억이 생생하다. 2005년 2지구 화재로 689억원, 2016년 4지구 화재로 469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방재는 전시(戰時)에 준해야 한다. 지자체 재난관리기금을 집행하는 방법도 있다. 서문시장은 섬유 원단 등 가연성 높은 물품이 많다. 관련 설비 수리와 점검을 늦출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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