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자장(子張)과 자하(子夏) 중, 누가 현명합니까?"라고 물었다. 두 사람을 비교해 달라는 말에 공자는 "자장은 지나쳤고, 자하는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자공이 "그러면 자장이 나은 것입니까" 하자 "지나침은 못 미침과 같다"고 공자는 답했다.
논어 선진 편(先進篇)에 나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이다. 중용(中庸)을 강조하고 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그 일에 미치고 빠져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명필가가 과거 시험에서 자기가 도취할 정도로 글이 잘 써져 급제까지 포기, 시험지를 도로 가져온 미친 짓(?)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뼈가 있는 두 사자성어는 닮은 듯하면서도 서로 반대편에 서 있다. 하나는 '넘치지 말라'는 경계고 다른 하나는 '넘치고 넘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떨 때 '넘치고, 모자라야 하는지' 세상만사 진리가 오묘하다.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얻으려면 불광불급의 노력이 필요하다. 반대로 국내 정치판으로 눈을 돌리면 '제발, 과유불급하시라'는 마음이 절로 든다. 탄핵 7회, 특검 10회…. 여야 할 것 같이 서로를 '못 잡아, 못 죽여' 안달이 난 광인(狂人) 같다.
최근 경북도의 불광불급 정책이 회자된다. 지난 장마 때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지만, 선제 대응에 나선 경북도의 주민 대피 시스템(마~어서대피 프로젝트)이 효자 노릇을 했다. 마~어서대피는 마(마을순찰대와) 어(어둡기 전) 서(서둘러) 대(대피소로) 피(피하세요) 줄임말이다.
6월 29일부터 지난달 21일까지는 경북도에 많은 비가 내렸다. 상주시 모서면에 689㎜의 비가 왔으며 북부권 24개 읍면동에서도 5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경북도는 극한 호우 속에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과잉 대응'이 답이라는 판단하에 '12시간 예보제·1마을 1대피소·주민대피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경북형 종합 상황 시스템(마~어서대피 프로젝트)을 추진했다.
지난 5월 포항을 시작으로 도내 5천189개 마을에 주민 스스로 지키고 위험시 대피하는 마을순찰대를 전국 최초로 구성, 훈련을 2개월에 걸쳐 진행했다. 특히 장마 기간에는 2만 3천여 명의 마을순찰대를 가동했고 총 9회에 걸쳐 주민 4천469명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과한 대응은 현장에 적중했다. 지난 8일 새벽 영양군 입안면 금학리 유명욱 이장과 마을순찰대원은 급류에 고립된 마을 어르신 16명을 업거나 부축해 안전한 곳으로 모셨다. 같은 날 안동시 임동면 대곡1리에서도 마을 주민 15명이 위험 요인을 발견한 주민대피협의체(소방, 경찰, 순찰대)의 유기적인 협조 체계로 큰 인명 피해를 막았다.
경북도의 위기 대응 시스템을 보면서 현재 우리는 불광불급이 더 요구되는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무엇 하나 적당히 해서 되는 게 없기 때문이다. 경제가 그렇고, 초격차 반도체가 그렇다. 탈원전으로 망가진 원전 생태계 복원과 비상 역시 넘치고 미쳐야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주 40시간만 일하고, 중대재해처벌법 규제받고, 귀족 노조, 일하지 않아도 적당히 생계지원금 주는 작금의 대한민국은 경쟁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등 태풍보다 더 센 세계 정세 '풍랑'이 성큼성큼 오고 있는데, 진짜 곧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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