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동 정세 격랑 속으로…하마스 1인자 하니예 이란서 피살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SNSC 회의 즉각 소집, “선전포고로 간주”
이란 외무부 대변인 “카니예의 피는 헛되지 않을 것”
하니예,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 통치 시작하면서 최고 지도자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가 30일 테헤란에서 예멘 후티 반군 대변인 모하메드 압둘살람(오른쪽)과 인사하는 모습. 출처=이란 최고 지도자 웹사이트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가 30일 테헤란에서 예멘 후티 반군 대변인 모하메드 압둘살람(오른쪽)과 인사하는 모습. 출처=이란 최고 지도자 웹사이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서열 1위 지도자가 이란의 심장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살해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제3차 중동전쟁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중동 이슬람 국가들을 상대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확전의 위기 속에 이슬람 국가의 맏형 격인 이란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맏형' 이란 중심으로 복수 다짐하는 '저항의 축'(하마스·헤즈볼라·후티)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31일(현지시간) 하마스는 이날 텔레그램 계정에 올린 성명에서 하니예가 전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하니예가 테헤란에서 암살됐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하니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후 그의 거주지를 표적으로 한 이스라엘의 급습을 받아 경호원과 함께 살해됐다. 이란혁명수비대는 하니예 살해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이날 늦게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이란 국영TV가 보도했다.

하니예는 이란이 '저항의 축'이라 부르는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 등의 고위 관계자들과 함께 이란에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은 30일 열린 페제시키안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이란을 방문했다.

이날 로이터통신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이란 당국자 등 소식통을 인용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SNSC를 소집해 관저에서 회의를 열고 있으며, 이 회의에서 하마스 암살에 대응하는 이란의 전략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의에는 이란혁명수비대(IRGC) 고위 지휘관들을 비롯해 친(親)이란 무장세력 네트워크를 감독하는 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 총사령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고 당국자들은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혁명수비대 고위급 인사는 이란에서 하마스 지도자를 겨냥한 공격이 일어난 것을 두고 이란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 국영 언론을 통해 "하니예의 피는 헛되지 않을 것이다. 테헤란에서 일어난 하니예의 순교는 이란, 팔레스타인, 저항세력 사이의 깊고 뗄 수 없는 결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외국 언론의 보도에 답하지 않는다"

하니예와 이란의 발표대로 이스라엘군의 소행이 맞다면,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직접 공격한 것은 올해 4월 19일 이후 102일 만이다.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축구장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같은 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도 공습,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인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니예 사망과 관련해 논평을 거부했다고 미 CNN 방송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외국 언론의 보도에는 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백악관 대변인은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가 이란에서 살해 됐다는 보도를 봤다면서도 추가 언급은 하지 않았다.

올해 62세로 가자시티 인근 난민캠프에서 태어난 하니예는 1980년대 1차 인티파타(민중봉기) 당시 하마스에 합류했다. 그는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의 대승을 이끌고 총리에 올랐지만, 이후 선거 결과를 둘러싼 하마스와 파타(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주도) 간 갈등 속에 해임됐다.

이후 2007년 하마스가 일방적으로 가자지구 통치를 시작하면서, 하마스 지도자를 맡았다. 하니예는 2017년 2월 가자지구 지도자 자리를 야히야 신와르에게 넘기고, 같은 해 5월 하마스 정치국장으로 선출된 뒤 카타르에서 생활해왔다.

가자전쟁 발발 후에는 미국, 이집트, 카타르가 중재한 이스라엘과의 휴전협상에 참여해왔다. 알아크사TV에 출연한 하마스 고위 관리 무사 아부 아르무즈는 "하니예 암살은 처벌받지 않은 채 지나갈 수 없는 비겁한 행위"라며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판했다.

한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하마스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과 관련해, "중동에서 전쟁 확산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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