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료 살리자는 정부가 오히려 지역 의료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
정부가 서울의 소위 '빅5' 병원이라 불리는 대형 상급종합병원을 중환자만 치료할 수 있는 '4차병원'으로 승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의료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역 의료계는 정부의 방안이 오히려 지역 의료를 더욱 망가뜨리는 꼴이 될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3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특위)에서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을 4차 병원으로 승격해 3차 병원이 의뢰한 중환자만 치료자는 안이 나왔다. 이는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 상황에서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중증 환자 위주의 치료를 맡기는 쪽으로 강화시키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의료계는 엄청난 당혹감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지역 상급종합병원장들은 "이 방안은 '지방 의료 죽이기'"라고 단언하며 정부가 비수도권 지역 환자의 수도권 유출을 더 가속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조치흠 계명대동산의료원장은 "서울 빅5병원이 다루는 질병 중이 우리가 못 다루는 질병은 없음에도 4차병원을 지정해버리면 '한 단계 높은 병원'이라는 이유로 지역 환자들이 서울로 쏠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며 "그러면 지역에서 병원을 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는 지방 의료를 죽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창형 대구가톨릭대병원장은 "정부가 자꾸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고 한다"며 "지금도 서울 대형병원 가려고 진료의뢰서를 요구하는 환자가 많은 상황에서 4차병원 이야기까지 나온다는 건 지금의 난맥상을 더 굳히겠다는 탁상공론"이라고 성토했다.
서울 빅5병원의 4차병원 지정은 결국 수도권 대형병원의 특혜라는 의견도 있었다. 더 나아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그리고 각자의 지역 안에서 계급이 나눠지면서 의료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종연 영남대의료원장은 "어차피 빅5 병원의 병상 수는 제한돼 있으니 수도권 사람들에 밀려 진료를 못 받는 상황이 생기거나 수도권 사람들 조차도 자신이 아는 모든 인맥 등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치료받으려 할 것"이라며 "결국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지역과 재산이라는 차별 상황에 놓이면서 의료 불평등이 훨씬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박성식 칠곡경북대병원장은 "현 수가 체계에서 중환자만으로는 4차병원이 운영되기 힘들테고 정부는 유지를 위해 4차병원에 대해 추가 수가를 주는 등의 특혜를 줘야 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수가와 특혜를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병원의 갈라치기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차병원 자체의 기준과 개념에 대해서도 애매모호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양동헌 경북대병원장은 "4차병원이 중증 환자만 담당한다고 하면, 그 '중증'이라는 범위를 어디까지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범위 등 개념이 너무 애매모호한 상황"이라며 "그 '중증'의 질병이 지역 상급종합병원이 못 다루는 게 아니라면 지역에도 4차병원을 지정하거나 4차병원이 정말 필요한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방안은 논의 중에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된 바 없고, 규모가 큰 특정병원을 4차병원으로 일괄 승격시키는 내용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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